여대생 하나는 언제나처럼 대학교 수업을 듣다가 우연히 한 남성을 보게 됩니다.
남성은 책도 없이 수업을 듣고, 끝난 후 출석 카드도 제출하지 않습니다.
걱정이 되어 말을 건 하나에게 남성은,
자신은 이 학교의 학생이 아니라며 혹시 거슬리면 다신 오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잠깐 고민하던 하나는, 당신이 이 학교 학생인지 아닌지는 상관없고
이 수업은 책이 없으면 어려울 테니 앞으로 같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합니다.
남성은 거절하지 않았고, 같이 수업을 들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던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어느 날, 데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던 중,
집과 가족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하는 남성에게 하나는 자신이 가족이 되어주겠다 말합니다.
그러자 남성은 자신의 정체를 하나에게 고백합니다.
자신은 보통의 인간이 아닌, 늑대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하나는 조금 놀랐지만 크게 상관없다고 말하고, 곧 둘은 동거를 시작합니다.
동거를 한 후 얼마 있지 않아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깁니다.
태어나는 아기의 모습이, 자신의 뱃속 상황이 보통의 아기들과 어떻게 다를지 몰라
병원에도 가지 못한 채 하나는 아이를 낳습니다.
첫째 아이는 눈이 오는 날 태어나서 눈을 뜻하는 유키라는 이름으로,
둘째 아이는 비가 오는 날 태어나서 비를 뜻하는 아메라는 이름으로 짓습니다.
혼자서는 버거울지 몰라도 함께라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하나였는데,
아메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불길한 예감에 집 밖으로 나간 하나는, 그가 늑대의 모습으로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사람들에게 들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하나.
자신이 늑대가 아니어서 언제 아이들이 늑대로 변해 짖어대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도심에서는 보는 눈이 너무 많고, 돈도 많이 들고, 하지만 의논할 곳도 없습니다.
결국 하나는 도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들어가기로 결심합니다.
자신들이 먹을 야채 정도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논밭과 마당이 있는,
언제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산이 있는,
조금 시끄러워도, 집을 조금 망가뜨려도 괜찮은 낡은 가옥을 헐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시골.
하나는 시골에서 아이들을 무사히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시골에서 건강히 자라날 수 있을까요?
'늑대아이'를 만든 감독은 호소다 마모루라는 사람으로,
지브리의 뒤를 이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이름이 오르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만의 편안한 색상과 섬세한 일상의 표현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나올 때마다 흥행은 물론,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감독이 처음으로 자신이 각본까지 담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큰 주제로는 19세의 여대생이 늑대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사이에 생긴 두 아이를 혼자서 키워내는 13년간의 육아 이야기지만 그 외의 볼거리도 충분합니다.
극이 시작된 후 초반 약 20분 정도는 하나와 그의 러브스토리,
그 후 약 10분 정도 도심에서 하나가 고생하는 모습이 그려지다가
그들이 시골로 이사한 후, 그러니까 극이 시작된 후 약 30분 정도가 지나고부터 본격적인 귀농&육아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시골에서 도심에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놀이와 경험을 하게 되고,
하나 역시 육아와 더불어 귀농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귀농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농사에 관해서도 보여줍니다.
자꾸만 실패를 거듭하는 하나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차가워 보였지만 사실은 참 다정합니다.
그리고 극이 시작된 후 약 40분 정도 부터는 학교를 가기 시작한 아이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중심이 됩니다.
활발했던 유키는 학교에서 잘 적응한 대로, 허약했던 아메는 점점 학교보다 산에 가려하는 대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지만 하나는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한 지혜롭게 상황을 해쳐나갑니다.
주제가 조금 특이해서 완벽한 판타지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수도 있는데,
사실 자세히보면 보통의 아이를 키워나가는 어머니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이가 조금 특별할 뿐.
특별하다는 말은 많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 아이들보다 조금 더 활발할 수도 있고, 조금 더 소극적일 수도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무언가 특출 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태어나도 부모는, 그 아이가 주변의 시선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커 가기를 바랍니다.
하나 역시, 자신의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유년 시절 되도록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골로 이사를 결정했고
이 선택은 두 아이에게 있어 정말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됩니다.
아이들이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은, 늑대아이라서 겪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평범한, 인간의 아이들에게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여러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결정하고 전진해나갑니다.
그러면서 자립해나갑니다.
하나는 점차 자신의 손을 떠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조금은 외롭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가꿔 나갑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 나가기에 쉽지 않은 요즘 세상이라고들 많이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이야기들도 많은데요,
이 애니메이션 역시 그러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어른이 된 첫째 아이, 유키의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되어가는 한 편의 성장 스토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빠져들게 되고, 점점 그들의 일상에 압도되어갑니다.
2030 세대는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그보다 윗 세대는 자신의 지나간 육아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세대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소개글을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추천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즐거운 옛날이야기가 되기를,
젊은이들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육아가 경이로움과 놀라움, 그리고 동경으로 그려지기를,
그리고 부모님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들이 커 나갔던 성장의 기억들을 그리워하실 수 있기를.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그래서 전 세대가 즐거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 감독, 각본, 원작 호소다 마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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