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쇼와시절, 그러니까 1986년도의 일본의 아침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교무실이나 회사에서 실내 흡연은 당연한 것이었고, 성희롱을 일삼으며 학생에게 체벌이 공공연하게 시행되던 그때 그 시절.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거라고, 일단 지금의 일본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달랐던 그 시절.
주인공인 오가와는 그 시절을 살아가던 고등학교 체육 교사입니다.
언제나처럼 퇴근길 버스를 타고 당연한 듯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는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갑니다.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여고생은 귀에 우동 면을 꼽고 등장하고,
버스에 타는 승객들이 족족 담배를 노려보며 눈치를 주더니 다들 작은 사각형을 꺼내 들곤 자신을 향합니다.
연기 때문에 그런가 싶었던 오가와는 '창문을 좀 열까요?'라며 말을 걸지만
승객들은 눈만 피할 뿐 아무도 명쾌하게 대답을 하지 않고,
그러다 한 할아버지가 수동 흡연으로 건강을 해치면 책임질거냐며 소리치며 화를 냅니다.
오가와는 답답한 마음에 아니 버스에 재떨이도 있고, 뭐가 문제냐며 다가가지만
다른 승객들은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어떡하냐'며 할아버지를 말리면서 모조리 버스에서 내려 도망가버립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 오가와 역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며 버스에 내리는데 길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더욱 가관입니다.
아까는 우동 면을 꼽고 있더니 이번엔 젊은이들이 귀에 검은 나물을 꼽고 다니고,
이상한 기계를 들고 멈춰 서서 연기를 뿜질 않나, 작은 사각형에 대고 주절주절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거대한 건축물. 높게 솟은 타워. 저런 타워가 있었나..?
어리둥절해하며 담배를 사러 갔더니 가격도 그렇고 뭔가 이상합니다.
하여튼 주변 모든 것들과 사람들이 다 이상합니다.
그러다 달려간 단골 카페에서 테이블 위에 놓인 만화책의 발행 년도를 발견하곤 눈을 의심합니다.
2024년.. 발행..?
그렇습니다.
오가와는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2024년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어쩌다가 그는 2024년으로 오게 된 걸까요.
원래 지내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 드라마는 1980년대와 2024년을 왔다갔다하는 타임 슬립이 주제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아 뭐, 종종 있는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그런 드라마겠구나, 라고 예상하실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거기서 한 발 앞서나갑니다.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긴 하지만, 단순히 변했다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적절히 비교합니다.
옛날의 좋았던 점들이 현재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래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어떤 점들인지,
반대로 현재의 좋은 점들은 옛날에 어땠는지, 옛날의 문제점들은 현재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등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무조건 옛날이 낡았고 현재가 좋다는 식의 비교가 아니어서 좋고, 그 비교를 보여주는 방법이 또 재미있는데요,
누구나가 한번쯤 느꼈을법한 사회 현상을 예로 들어 매 회 꾹 꾹 눌러 담아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도 이해도 아주 쉽습니다.
당장, 1편의 주제는 '파워 하라스멘트'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괴롭힌 것이 되는 현시대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를
쇼와를 살아온 오가와의 생각, 해결 방식 그리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비교해 가며 방법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각 등장 인물들은 각각 가지고 있는 비밀들이 있는데, 그 안에는 러브 라인도 있습니다.
그 러브 라인은 단순히 남녀를 뛰어넘어 새로운 전개를 담당하는 매개체로서, 후반에서는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무거워지지 않게 적절히 유머를 배치하면서도,
너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애를 쓴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보이는 이 드라마의 감독은 쿠도 칸쿠로입니다.
아는 분들은 아실 유명한 감독 겸 배우인 그는,
'쇼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현 시대에 맞춰지길 강요당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조건 옛날이 좋았다고는 절대 말하고 싶지도 않고, 나름의 힘듦이 있었기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의 좋았던 가치관들까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모두 부정하는 지금 시대에는 화가 난다.
그 시대 나름의 좋았던 점들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싱싱하고 건강했던 기억들을 없던 일로 만들거나
현재와 다르니 모르겠단 말 한마디로 정리하고 싶지도 않았다.
옳은 것은 너 뿐이 아니라는 것, 나와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라고 코멘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감독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를 해결하는 힌트가 될 만한 무언가가 사실은 지나온 시절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닌지,
변화해 온 모든 것들이 무조건 다 맞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심들.
사실 쇼와가 무조건 낡고 오래된 시절로 치부될 건 아니긴 하죠.
그렇게 따지면.. 어차피 현재의 이 시절도, 조금만 지나면 옛 시절이 되는 건 똑같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해 주는 드라마입니다.
매회 펼쳐지는 음악들이 저는 좋았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연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베 사다오의 연기가 굉장히 좋으니,
요즘 볼 만한 드라마 뭐 없을까 찾던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변해가는 이 시대를 거쳐가기에 필요한, 시대에 맞춘 생각의 관점을 짚어보는 좋은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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