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고, 이상하고, 그리고.. 보고 싶어.''
1987년, 대학 진학을 위해 나가사키에서 상경해 온 청년 요코미치 요노스케는,
어쩌다 들어가게 된 서클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착한 심성을 가졌던 요코미치였던 터라
주위엔 금세 친구들이 많이 생겼고, 좋아하는 여성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여성과,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어느새 대학 시절은 끝이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의 풋풋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회인이 된 뒤,
요노스케의 친구들은 어느 때처럼 지친 일상을 보내던 중 불현듯 요노스케를 떠올립니다.
그의 순수한 미소,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생각난 김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져 연락을 해 보지만
최신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친구들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현재의 요노스케를 찾아보는데...
과연 그들은 오래전 추억 속의 요노스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학창 시절의 요노스케에 관한 기억을 여러 친구들이 떠올리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귀엽고 어리숙하고 또 한편으론 정의롭고 재밌었던, 우리의 요노스케는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참 좋은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순수하고 순박하고 꾸밈없고, 함부로 남을 해치려 하지 않는.
그런 모습 속에서 보이는 엉뚱함은 더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옵니다.
사랑받는 친구였고, 본인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다들 연락이 되지 않았던 걸까요?
그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 수 있겠지만,
스포를 해보자면..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그 소설엔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2001년 신오오쿠보 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선로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선로로 떨어지자 그를 구하러 두 명이 함께 뛰어들었고
너무나 안타깝게도 결국 세 분 모두 목숨을 잃었던 그 사건..
한국에서도 굉장히 많이 알려진 마음 아픈 사건인데요,
사람을 구하러 뛰어든 두 사람 중 한 분은 당시 유학생이셨던 한국인 고 이수현 씨.
또 다른 한 분은 일본인 사진작가 고 세키네 시로 씨입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일본인 세키네 시로 씨가 그 주인공으로 그려집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나오고,
친구들도 그렇게 그의 소식을 알게 된 듯한 묘사가 그려집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뭔가 조금 슬픈, 어두운 영화인가? 하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마지막 행보가 나타나고 나서도 어둡지 않게 흘러간다는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실제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모티브로 하면서 너무 아프게만 슬프게만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게 회상하며 기억할 수 있도록 연출되어 있어,
보는 동안 큰 감정적인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보고 난 후 깊은 여운이 찾아옵니다.
저는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회상을 보면서 저 자신이 그와 친구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었는지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난 후도, 참 오래도록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와 같았던 어떤 친구가 생각이 나서였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친구가 되고 싶었던 바람이 마음속에 있었던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오래도록 남는 어떠한 감정이 있었고
그 덕분에 진득하게, 오래도록 지난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는데,
우울하다던지, 그런 어두운 감정이 아닌 굉장히 행복한 감정이었습니다.
극 중 요노스케 친구들이 그를 떠올리며 함박 웃음을 짓고, 그와의 행복했던(때론 미안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던 것이
이해가 되는,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참, 이 영화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한 가지 더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1987년, 버블 시대의 일본이 배경이라는 점인데요,
패션이면 패션, 그 시대의 문화면 문화, 소품이면 소품 등 아기자기하고 또 화려한
그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로도 추천하고,
그 시대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로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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