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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인스턴트 늪(インスタント沼), 세상이 재미없을 땐 이 영화를 보자

"뭘 해도 세상이 재미없을 땐 어떻게 하죠?"
"그럴 땐!! 수도꼭지를 틀어 봐!"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52082#480556/PhotoList

 

반에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약간 덜렁대지만 밝은 성격의 주인공 하나메는 작은 잡지사에서 근무합니다.
원래부터도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어느 날인가부터(혹은 계속) 자잘하게 운이 나쁘더니,
담당하던 잡지는 휴간이 되고, 사귀던 남자는 떠나가고, 
건강하던 엄마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몸을 다쳐 병원에 입원합니다.
갑자기 터진 여러 일들에 하나메가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중,
'아빠'라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편지 하나가 도착합니다.
오랜 기간 '아빠'라는 존재를 모르게 살아왔던 하나메에겐 이 편지가 출생의 비밀과도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그렇게 그녀는 무작정 '아빠'라는 사람을 만나러 떠납니다.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52082#480556/PhotoList

 

그렇게 만나게 된 하나메의 아빠, 노부로는 어딘가 수상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째 아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어딘가 신기합니다.
하나메는 얼굴 봤으니 됐다, 는 식으로 인연을 끝내려 하지만
노부로의 가게를 방문한 뒤로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 조금씩 그들과 엮이게 됩니다.
그들과 엮이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운명이었을까요?
재미를 잃었던 하나메의 일상에 아빠와의 만남은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52082#480556/PhotoList

 

 

휴먼 코미디 영화로 일본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미키 사토시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인스턴트 늪입니다.

그가 감독한 영화 속 세상은 참 진기합니다.
분명 언제나와 다를 것 없는 일상 속 평범한 주인공들인데, 그들이 보내는 하루하루는 어딘가 다릅니다.
그 언젠가 우리들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하지만
기괴하고 어이없어 금세 잊었던 일들이
그의 영화 속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사건 사고로, 혹은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개그 아닌 상황들도 개그로 승화되고 말도 안 되는 전개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단순히 재밌는 영화로 끝날 법하다가 끝에 가서는 가볍지만 깊은 깨달음까지 선사해 주는 것이
그의 영화만의 매력이고, 높게 평가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이 영화 역시,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에이 저런 일이 어떻게' 싶은 일들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보여줍니다.

'미키 사토시 패밀리'라고도 불리는 아소 쿠미코, 후세 에리 등의 배우들과 더불어,
카세 료, 쿠도 칸구로 등 일본 영화의 유명한 얼굴들이 크고 작은 역들로 출연합니다.
보면서 어! 어!! 하는 발견은 미키 사토시 감독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이기도 한데요,
그들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어떠한 경지에 올라있는 감독의 개그와 대사 뉘앙스들을
최고의 합으로 적절하게 전달해줍니다.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52082#480556/PhotoList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 하나메의 일상의 변화입니다.
평범했던 그녀의 일상이 아빠를 만나면서 격변해가는데 어떻게 변해가느냐, 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메 역시 처음부터 새로운 변화를 즐기던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에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싶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해 본 사소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변화해갑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굉장한 변화를 주고, 하나메는 휩쓸려 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아빠는 사소한 계기를 전달해 줄 뿐, 그걸 실행하고 받아들이며 변해가는 것은 하나메 본인입니다.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들고 아빠를 만나러 가는 선택을 한 것도 하나메였죠.

하나메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느끼는지 세세하게는 표현되지 않지만,
찬찬히 보다 보면 깨닫게 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남이 나의 인생을 하나부터 열까지 재미있게 해 줄 수는 없다는 것,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 재미가 없어졌다면 거기에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건 본인뿐이란 것,
재미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모험을 해야 하고 그 주체는 본인이란 것을
하나메도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험이라고 해서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란 것도 알고는 있지만,
하지만 하지 않던 일을 해보자니 막연히 두려워서, 해 본 적이 없어서, 잃을 것들이 무서워서 지레 겁을 먹고 실행하지 못하고
그러는 사이에 또 시간이 흘러버려 점점 더 재미없는 일상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공감하셨다면, 이제 해야 할 것은 변화를 시작하는 일뿐이라는 것도 아마 느끼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나메는 아빠라는 새로운 인물이 있으니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는 노부로 같은 아빠가 없는데..?
하는 분들을 위해 미키 사토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나 봅니다.
우리는 이 영화로 영향을 받으면 됩니다.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52082#480556/PhotoList

 


지금 당장 하루하루가 재미없으니 재밌는 거 좀 가져와봐! 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되게 막 이 영화 보면 뭔가 변화해야 하나? 싶으실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거 아니고 그저 웃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니

뭔가 어이없게 웃긴 일본 영화 보고 싶다,보고 나서 나쁜 기분 안 남는 영화 보고 싶다, 하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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