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하는 주인공 요시카.
중소기업 경리과에서 일하는 그녀는 계산기를 두드릴 때 말고는 항상 수다를 떠는데,
보통 그녀가 하는 수다의 대부분은 그녀의 오랜 짝사랑 '이치미야'군, 별명 '이치'에 관한 것들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을 해 왔고, 고등학교 시절 항상 그려왔던 만화의 주인공이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들킬까 봐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보는 법을 터득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이러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그와 내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나와 그는 만나지 못하고 있을 뿐 서로를 알아볼 거라는 행복한 회상과 수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 같은 회사의 영업부에서 일하는 '니'는 그런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이야기 한번 나눠보려 애쓰지만 낯을 가리는 그녀는 도통 곁을 주지 않고,
어렵게 모임을 열어 거기서 얻어낸 연락처로 겨우 둘이서 술을 마시러 가게 됩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금세 술에 취한 '니'는 그날 바로 사귀자는 고백을 하고,
그 자리에서는 ''카오스...''라고 대답해버리지만 기분이 좋아 날뛰는 요시카.
고백을 받은 날 저녁,
기분은 좋지만 그 옛날 첫사랑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아 복잡한 마음으로 잠이 든 요시카는
전기 히터를 켜 둔 채 잠이 들고 거기에 이불이 걸려 타면서 화재가 납니다.
큰 화재로 번지기 전에 불은 껐지만, 이 경험으로 인해 사람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크게 느낀 요시카는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라면, 좋아하는 사람 얼굴은 한번 제대로 보고 죽어야지 않겠냐며
오랜 짝사랑 '이치'를 만나볼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왜인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미국으로 이민 갔던 친구의 이름으로 동창회 연락을 돌립니다.
그녀는 오랜 짝사랑, '이치'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는 그녀를 기억할까요?
그녀에게 고백했던 '니'는 어떻게 될까요?
처음엔 말이 많은, 단순한 한 소녀의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하며 보기 시작하지만
보면서 어딘가 이상해 점점 집중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말 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면서 한편 낯을 많이 가리는 요시코.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으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신이 겪은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어딘가 자존감이 낮은 부정적인 말투를 사용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하나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치'와의 기억은 어딘가 일방적입니다.
왜일까요?
영화 좀 봤다, 하는 분들은 숨겨진 반전을 금세 알아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이야기해버리고 싶지만, 꼭 보셨으면 좋겠어서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영화는 여주인공의 시점에서 여주인공의 심경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마츠오카 마유가 여주인공 역을 맡았는데 워낙 잘해서
그녀가 나오는 한 편의 일인극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주인공의 대사와 행동, 점점 드러나는 그녀의 변화는 한편으론 그녀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초반에 나타나는 모습과 마지막 나타나는 모습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정서가 초반에 많이 나타나서 '음..?' 하실 수도 있지만,
꼭 한번! 끝까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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