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겨울, 하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들 보셨을, 잘 익은 귤이 올라간 '코타츠'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겠고,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김이 폴폴 나는 노천탕에서 노곤 노곤 몸을 녹이는 장면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겠죠?
오늘은 동경의 겨울에 대해서. 그리고 난방 문화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일본의 겨울, 인데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비스듬하게 옆으로 길다보니, 각 지역별로 기온 차이가 많이 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짜로 제일 위쪽의 북해도, 중간 즈음의 동경, 제일 아래쪽의 오키나와를 비교를 해 보면
북해도: 최저 -1 , 최고 1도
동경: 최저 10, 최고 18도
오키나와: 최저 20, 최고 22도
이렇게 차이가 나네요.
북해도 산간 지방은 워낙 춥다보니 눈도 어마어마하게 내리지만 동경 지역은 매년 2월 즈음에 한 번씩 조금 쌓이는 정도로 눈이 옵니다.
오키나와는 겨울에도 기온이 높다보니 눈이 내리지 않죠.
이렇듯, 각 지역마다 느껴지는 겨울이 많이 다른데요,
그럼 한국 부산과 기온이 비슷하다는 동경에선, 겨울을 어떻게 준비할까요?
보통 동경의 경우, 9월의 후덥텁텁한 태풍 시즌을 지나면 바람이 조금 차가워집니다.
10월부터 11월 초 까지는 따뜻한 건지 더운 건지 쌀쌀한 건지, 옷 입기 어려운 가을 같은 가을 아닌 가을 날씨이다가,
입동을 지나 11월 중순 즈음이 되면,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일본은, 기온이 낮아서 겨울이 춥다기 보다, 집 안의 난방이 어려워서 겨울이 춥습니다.
일본의 집들은 보통 창문이 2중이 아닌 경우가 많고, '베란다'도 창문으로 막혀있지 않다보니 찬 바람이 집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옵니다.
바닥재도 다다미로 된 집이 많아서 한국의 보일러와 같은 바닥 난방이 어렵다 보니
한겨울이 오기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집이 점점 차가워집니다.
그래서 도쿄 사람들은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하나 둘 난방 기구를 꺼내 들며 겨울을 준비합니다.
1.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은 의외로 에어컨(エアコン)
일본은 방 한 칸을 빌리는 경우에도 에어컨이 기본으로 달려 있습니다.
여름엔 냉방으로, 겨울엔 '난방(온풍)' 모드로 쓸 수 있다 보니다른 난방 기구를 추가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사용법 자체도 편리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바람을 방 안에 유지시키는 일은 가능합니다.
장점이라면, 버튼만 누르면 금방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방 온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시간이 짧다는 점.
단점이라면, 따뜻한 바람이기 때문에 아래쪽까지 잘 오지 않아 바닥은 여전히 차갑다는 점,
공기 중의 수분을 증발시켜서 건조하게 만든다는 점과, 겨우 방이 따뜻해져도 환기 한 번에 다 날아가버린다는 점이 있습니다.
에어컨과 같은 원리로, 겨울 전용 바닥에 놓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팬히터(ファンヒーター)도 있습니다.
원리와 장/단점은 비슷합니다.
2. 아이가 있는 집은 거실에 전기장판(ホットカーペット)
에어컨이 빠른 대신 건조하단 단점 때문에 피부가 예민한 집에서는 잘 쓸 수가 없고,
아이가 있는 집에선 바닥이 차가우면 안 되는데요, 그런 경우엔 전기장판을 이용합니다.
거실에 모여 있는 시간이 긴 가정집은 큰 사이즈를 거실 바닥에 깔아서 한국의 보일러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국 전기장판과 비슷한데 조금 다른 점은, 타이머가 거의 모든 제품에 있어서 세네 시간 틀어 놓으면 잠깐 꺼진다는 점입니다.
장점이라면, 바닥이 따뜻해서 발부터 전해져 오는 추위를 막아 주고, 골고루 열이 전달된다는 점.
단점이라면, 바닥'만' 따뜻해서, 잠을 자거나 앉아있지 않은 경우엔 아무래도 춥다는 점이 있습니다.
3. 방에는 열전도 히터(遠赤外線ヒーター/カーボンヒーター)
책상에 앉아서 일도 해야 하고, 여하튼 전기장판 위에서 마냥 있을 수만은 없는 사람들은 허리 정도 높이까지 오는 열전도 히터를 애용합니다.
쓰지 않을 땐 오시이레(押し入れ、옷장. 도라에몽이 잠을 자는 곳이기도 하죠)에 넣어 두었다가 겨울이 되면 꺼냅니다.
한국에는 선풍기처럼 생긴 열전도 히터가 많이 보이는데 일본은 네모난 모양, 원통 모양, 작은 것, 큰 것 등 크기도 모양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안전 대책으로 켜진 채로 넘어지거나, 이동시키려고 들었을 땐(방바닥과 히터 바닥이 떨어지는 순간), 전원이 꺼집니다.
장점이라면, 다이얼만 돌리면 금세 열이 올라와 뜨거울 정도로 따뜻해진다는 점, 콘센트만 꼽으면 되고 가벼워서 사용이 편하다는 점.
단점이라면, 딱 '히터 앞'만 따뜻하고, 열이 직접적으로 닿는 피부가 상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 있습니다.
항상 겨울철이 되면 히터 열로 인한 저온 화상/피부암을 조심하라는 뉴스가 꼭 나와요.
4. 아직도 많이 쓰이는 스토브(灯油ストーブ)
아무래도 전기장판+열전도 히터 보다, 스토브 하나 켜 두는 편이 전체적으로 더 빠르게 따뜻해지다 보니작은 가정용 스토브를 많이 씁니다.
스토브는 보통 건전지로 전원이 들어오고, 등유를 넣어 불을 붙입니다.
등유의 수요가 아직 많다 보니, 겨울이 되면 정기적으로 등유를 가득 실은 트럭이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판매를 합니다.
트럭이 오지 않거나 그전에 떨어지면 집 근처 주유소에 가서 사 올 수도 있고, 요즘엔 배달 업체에 연락을 하면 배달도 해 준다고 합니다.
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하지만 1리터에 약 90엔 정도라고 해요.
장점이라면, 등유와 건전지 값이 싸다는 점, 다른 난방 기구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금방 따뜻해진다는 점, 스토브 위에 물을 끓이면 자동으로 가습이 된다는 점.
단점이라면, 등유의 보관과 관리가 어렵고, 잘못하면 큰 불이 나기 쉬우며 꺼지고 난 뒤 냄새(연기)가 나고 공기가 탁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5. 뭐니 뭐니 해도 코타츠(炬燵、こたつ)
모든 집에 다 있을 것 같지만 은근히 없는 친구들도 많은 코타츠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구성은 되게 간단해요.
열을 내는 히터가 붙어있는 책상 위를 이불로 덮고, 그 위에 판을 하나 더 덧대어 주면 완성인데요,
그래서 사실 겨울이 되면 꺼내 쓰는 탁자가 아니라, 사계절 이용하던 거실 탁자가 코타츠 용 이불을 꺼내 덮으면 겨울 코타츠가 되는 그런 식입니다.
집에 있는 탁자에 붙여 쓸 수 있도록 히터와 담요만 따로 팔기도 합니다.
담요는 아무 담요나 써도 되긴 되지만, 코타츠 용 이불이 아무래도 열을 오래 보존해줘서 좋다고 해요.
열을 내는 히터가 안전장치는 되어있지만 그래도 뜨겁기 때문에 아이나 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는 조금 주의를 해야 합니다.
벽에 기대앉아 이불을 목까지 덮고 있으면 꼭 온천탕 안에 들어간 것처럼 노곤해집니다.
거기서 까먹는 귤은 정말 꿀맛인데, 그래서 밖에 나오기 싫어지고 - 앉은 채로 잠이 오고 - 그대로 자 버리고 - 어느새 이불 밖으로 몸이 반 이상 나가서 - 결국 추운 채로 잠이 들었다 깨고 - 감기가 걸려버리는 경우가 빈번해요.
장점이라면, 추위 걱정 없이 앉아서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이라면, 책상이 아닌 탁자 형태일 경우 오래 앉아 있기엔 불편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작고 편리한 여러 가지 난방 기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따뜻한 물을 넣어 품고 잘 수 있는 유탄포, 손이 시릴 때 사용하면 좋은 데스크 용 히터, 발 밑에 두고 쓰면 좋은 풋 히터,
방석 형태의 히터, 전기담요, 네모난 칸막이처럼 되어 있어서 무릎까지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파티션 히터 등등.
그리고 또 다른 방법,
난방 기구는 아니지만, 목욕으로 몸 따뜻하게 하기 도 있습니다.
일본 친구들은 사계절 언제든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두고 목욕하는 걸 참 좋아해요.
거의 매일매일 욕조에 몸을 담근 후에 샤워를 하는 데요, 이 방법이 사실 겨울엔 무엇보다 좋은 난방이기도 합니다.
겨울에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고 나면 샤워를 하고 나서도 한동안 후끈후끈, 추위를 잊게 되기도 하고,
혈액 순환이 잘 되어서 건강에도 좋고요.
동경 자체가 기온이 그렇게 막 어어엄청나게 떨어지는 지역이 아니다 보니, 난방 문화라고 하기보다 난방 기구들 이야기가 더 길었는데요,
일본에서도 춥기로 유명한 북해도의 겨울은 또 그 준비가 다르다고 합니다.
다음에 한번 북해도의 겨울 준비에 대해서도 다뤄볼게요.
이상, 동경의 겨울 준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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