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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이야기/일본어 이야기

[일본 문화 갸루 모지ギャル文字]제1탄, '마루 모지丸文字'의 탄생

일본어 글씨체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마루 모지丸文字' 를 소개합니다.

마루 모지丸文字 는,
글자 자체의 곡선을 동그랗게 강조하면서,  。등의 기호, 한자에서 나타나는 동그라미를 더더욱 강조해 쓰는 특징을 가진 글씨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동그라미를 강조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보니, 이름에 ○를 뜻하는 '마루丸'가 붙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루모지 자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4년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대로 보고 있습니다.
유행의 시초는, 그때 당시 창간했던 패션잡지에서 쓰이던 '나루체'폰트가 아닐까라고 분석합니다.

나루체 폰트(M)
나루체 폰트(E)

나루체는 동그랗다기보다는,  
가독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곡선을 부드럽게 연결하여 언뜻 손글씨처럼 보이는 점이 특징인 폰트인데요,
이 폰트를 주로 쓴 패션 잡지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글씨체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시대가 전자기기로 글을 쓰기 보다는 손글씨로 많은 작업을 하던 시대였던 것이 한 몫하면서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이제껏 없던 부드러운 곡선의 글씨체'를 시도하게 된 것이 유행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더더더 동그랗게 쓰는 글씨체들이 특히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넓게 퍼지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유행하게 되었고,
1986년, 그 인기를 끌어모아 마루 모지 콘테스트가 열립니다.

그때 1위를 한 작품은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작품으로, '이쿠루체'라는 이름으로 폰트 제작이 되었습니다.
2위는 에츠루체, 3위는 요시루체로 역시 폰트 제작이 되었는데,
이 폰트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둥근, 그야말로 동그란 곡선들이 특징입니다.
이쿠루체의 중간중간 스마일 :)처럼 보이는 것, 복숭아처럼 보이는 것들도 모두 히라가나 가타가나입니다. 귀엽네요. 

이쿠루체(한자는 나루체)
에츠루체(L)(한자는 나루체)
요시루체(D)(한자는 나루체)

같은 시기에 조금 어른스러운 루리루체가 발표되면서, 그야말로 마루 모지 전성시대가 열립니다.
루리루체는 'おニャン子クラブ오냔코클럽'으로 유명한 '나가타 루리코'씨의 글씨체라고 합니다.
동그랗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라인이 특징입니다.

루리루체

식지 않는 유행은 1987년, 제2회 마루모지 콘테스트로 연결됩니다.
1위 작품은 노리루체로, 역시 폰트로 제작되었습니다.

노리루체(D)

노리루체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은 동그랗게 쓰는 것에서 시작해 점점 비스듬하게 쓰는 등, 더더욱 변화를 시켜갔습니다.
점점 더 새로운 마루 모지가 나오면서 이 유행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다 보니,
1990년대에 들어서는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당시 초등학교 등 교사들까지도 마루 모지를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는 연령층조차 이 마루 모지를 따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적인 문서를 다루는 회사원들까지도 글씨체가 점점 다들 동그랗게 되어가니,
'마루 모지를 그만둬라', '공적인 글씨체가 아니다'라는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마루 모지 그만두자는 내용으로 기사가 뜨기만 하면
'딱딱한 글자들은 왜 괜찮고 동그랗게 쓰는 것만 나쁘다고 하느냐' 등의 반대 여론과 찬성 여론이 엄청나게 대립했다고 합니다.
(아마 그러면서 더더욱 유행이 유지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인정받아(?)
1991년에는 일본 국어사전에 신조어로 '마루 모지'가 등록이 됩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마루 모지였지만, 1993년 즈음 새로운 문화가 부각되며 서서히 식어갑니다.

사실 둥근 글씨체가 유행했던 배경에는,
보통의 귀여움을 넘어 조금 더, 조오금 더 귀엽게 보임을 어필하는 세대적 감성이 있었습니다. (ぶりっこ 라고도 합니다)
글씨체를 귀엽게 씀으로써 귀여움이 더더욱 어필이 된다고 느꼈던 세대적 감성이 그대로 유행을 타고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건데요,
그 귀여움 어필 세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면서
귀여움 만을 어필하기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부분을 어필하는 쪽으로 변화해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동그랗던 글씨체에도 자연스러움과 가독성이 더해져 가면서 또 다른 새로운 글씨체가 탄생하게 되었고, 

드디어 1997년,
마루 모지 시대는 끝났다, 등의 기사들이 등장하며 유행 대서사의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역사의 한 획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죠.
마루 모지 역시 인기의 막은 내렸지만, 끝은 아니었습니다.

그 후 마루 모지는 어떻게 변해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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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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