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이 끝날 즈음 일본에서는,
한편으론 크리스마스 준비와 또 한편으로는 새해맞이 준비를 시작합니다.
새해맞이 준비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하나인 '연하장'문화를 소개해 볼게요.
연하장이면 연하장이지, 연하장 '문화'가 뭐예요?
정말 간단하게 말하면, 지난 한 해의 감사한 마음+새해 인사를 담은 연하장(=엽서)을 만들어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1월 1일에 맞춰 보내고 받는 문화를 말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1월 1일에 맞춰서 보내고 받는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게 가능해요?
가능합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우체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한데요.
11월 초 즈음이 되면 각 매체에서 연하장 관련된 뉴스와 광고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언제까지 접수하면 1월 1일에 도착하는지도 알려 주고, 각 연하장 관련 판매도 시작합니다.
올해는 12월 25일까지 접수하면, 1월 1일 아침에 상대가 받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얼마나 대단하길래 우체국이 중심에다, 각 매체에서 뉴스 광고까지 나와요?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부터 천천히 알아볼게요.
그 옛날 나라 시대, 새해 인사를 직접 찾아가서 하던 풍습이 연하장 역사의 시작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헤안 시대부터는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문서를 보내 인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문화가 계속 이어지던 1871년, 우편 제도가 확립되기 시작하며 문서는 편지 형식으로 간략화되어갑니다.
1873년 우체국이 엽서 형태의 연하장 형식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부터,
그 편리함과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며 새해 연하장=우체국 엽서라는 문화로 정착되었는데
그 여파로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은 양의 우편이 연말연시에 집중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899년부터는 연하장 우편의 특별 대책=연말의 정해진 날짜까지 투고된 우편을 1월 1일 아침 도착으로 한꺼번에 배달하겠다,
우체국 판매 엽서 포함 그 외 엽서도 받겠다! 가 시행됩니다.
(그래서 원래는 1월 1일에 적어서 투고하던 풍습이, 특별 대책으로 인해 1월 1일 아침에 도착하는 풍습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우체국에 가서 접수해야 했던 시스템도 집중된 우편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1907년부터는 엽서 앞면에 年賀라고 적으면 연하장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우체통 투고만으로도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걸 계기로 우체국 판매 연하장뿐 아니라 자체 제작 연하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고 인쇄할 수 있는 전자 기기, 간단 연하장 툴 등 관련 제품의 발전/제조/판매에도 기여했죠)
(+우체국이 지정한 기간 중, 年賀라고 적어서 투고하는 모든 엽서는 넣은 날짜와 상관없이 모두 1월 1일 아침 도착입니다)
1949년부터는 우체국 복권이 연하장에 붙어서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1월에 추첨을 하는 이 복권은 사설 복권만큼 큰 액수는 아니지만 주고받은 연하장 숫자가 혹 당첨되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더해져 이 문화는 더욱더 깊게 자리 잡아갑니다.
그렇게, 현대 사회에 까지 연결되어 왔는데요,
새해 인사라곤 하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나, 자영업 등 주면 인맥이 중요한 경우에는 특히나 더 챙겨야 하는 문화이기도 해서,
연말이 되면 아직도 손으로 인쇄로 이 엽서를 최소 100장 단위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개개인의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주체가 되는 우체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각 매체를 동원해 올해의 연하장!!!이라고 광고를 시작하고,
아날로그뿐 아니라 디지털 매체에서도 우체국을 통해 손쉽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정해진 연하장 서식이 있나요?
보통은 주소를 적지 않는 면에 사진/일러스트 등을 넣고 새해 인사(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謹賀新年)를 크게 넣은 뒤,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몇 줄(旧年中はお世話になりました。本年も宜しくお願い致します。) 적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진/일러스트에 관해서는 딱히 정해진 형식은 없지만
일러스트의 경우 신년 띠에 맞춘 동물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사진의 경우 서로가 정말 잘 알고 친한 사이엔 가족+반려 동물을 찍은 것에 인사를 적어 보내기도 합니다.
비지니즈의 경우엔 회사에서 로고가 들어간 연하장 그래픽을 따로 제작해 사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해요.
손으로 쓰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체국에선 매년, 무료 디자인을 배포하기도 합니다.
다운로드하여 인쇄해서 보내기도 하고, 본문에 인사말을 쓰고 파일을 첨부해서 메일로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회사가 최소 100장 단위라니, 주고받는 사람들이 엄청 많긴 한가 봐요.
아무래도 회사 단위로 보내는 경우엔 최소 단위가 백 단위일 정도로 양이 많아요.
개개인의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 백 장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고요.
(제가 아는 분은 매년 개인 이름으로 200장 정도 손수 편지를 써서 보내신다고 해요. 받는 건 250장 정도 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양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적게는 한 두장부터 많게는 오육 백장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선 더 많을지도..?)
그래서 이 시즌, 회사가 밀집된 도시의 우체국에는 두 손 가득 연하장 뭉치를 들고 와 접수하는 사람들 모습이 적지 않게 보입니다.
(우체통에 안 들어가서 접수를 해야 한다고 하네요)
다들 장 수가 많다 보니, 평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두배 세배로 걸려서 우체국 접수를 해야 하는 업무가 있을 땐 요주의라고 합니다.
참 그리고 1월 1일에 맞춰 보낼 때, 내가 보낸 사람이 나에게도 왔다. 그러면 답장이 필요 없는데,
깜박하고 내가 보내지 않은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주었다, 하면 그 답신을 웬만해선 챙겨 보내는 편입니다.
그런 경우 보통 1월 5일 정도까지 도착하도록 보내는 게 매너라고 하네요.
우체국 업무가 보통이 아니겠는데요..?
사실 정해진 우체국 직원들만으로는 보통의 업무에 이 작업까지 함께 소화해 내기엔 무리가 있어서 단기 알바를 대거 고용합니다.
전 국민이 전국적으로 주고받다 보니 접수된 연하장의 분류-정리-배달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한데요,
적은 시간 내에 정확히 행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알바여도 일이 엄청 힘들다고 하네요.
언젠가는 한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힘들어서 배달하던 중 몇 뭉텅이를 어딘가에 버려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평소엔 경험할 수 없는 우편 업무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 알바 자체는 인기가 많습니다.
젊은 세대도 서로 주고받나요?
사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디지털이 보급화되고, 개인 정보가 중요시되면서 주소를 알리고 싶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메일, 메신저 어플 등으로 주고받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연하장 문화를 새해맞이 행사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고,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 중에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메일, 메신저 어플과 함께 손수 제작한 연하장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상, 연하장에 대해 알아봤는데 어떠셨나요?
한국과 비슷하기도 또 다르기도 한 연하장 문화.
개인적으로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이 문화가 반 강제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살면서 보고 듣고 하다 보니 이 문화가 있음으로 인해 좋은 점들도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좋다고 느꼈던 건,
바쁜 현대 사회 일일이 안부를 물을 수 없지만 이때만큼은 꼭, 안부를 챙겨 묻는 것으로 인연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워낙 메신저가 잘 되어 있는 시대라, 오히려 일일이 안부를 묻지 못하는 상황이 더 이상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잖아요..?
형식적으로 쓰는 사람도 물론 많지만, 마음을 담아 진솔하게 일 년 동안의 안부를 묻고, 새해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런 의미로는 아날로그 디지털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계속되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는 좋은 문화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올 한 해 신세 진 분들께 마음을 담은 연하장을 손수, 적어 보내보시는 건 어떤가요?
저도 이 포스팅을 마친 후에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손편지를 적어봐야겠어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또 만나요~! :^)
*사용된 이미지는 모두 올해 버젼으로 디자인된 무료 버전 연하장 샘플입니다. 연하장이라고 해서 다 붓글씨고 그런 건 아니에요:)
출처: nenga.yu-bin.jp/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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