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이라는 단어를,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나요?
1995년. 도쿄에 위치한 한 출판사.
'사전 편집부'에 생긴 공석을 메꾸기 위해 적임자를 찾아다니던 '니시오카'는, 우연한 기회로 '마지메'를 만나게 된다.
언어학을 전공해 출판사에 취직했지만 영업부서와는 맞지 않던 마지메는 바로 부서를 옮기고,
새 부서 출근 첫 날, 새로운 사전 '대도해'를 만들게 되었으니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른 사전과는 다르게 지금을 살아가는 사전을 만들자는 이야기에 마지메는 매력을 느끼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에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느끼게 된다.
사전을 만든다는 일념 하나로 매일매일 단어의 바닷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마지메는,
10년 이상 하숙을 하고 있는 하숙집 할머니의 딸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고,
'대도해' 작업에도 크고 작은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면서, 사전도 사랑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은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단어 속 세상에 도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더 이상 이대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전 작업도, 좋아하는 사람도 지킬 수 없다 느낀 마지메는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일본판 제목은 舟を編む.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사전은 단어의 바다를 건너가는 배舟, 편집자는 그 바다를 건너는 배를 엮어간다編む
라는 의미로 붙여진 제목입니다.
'대도해大渡海'라는 사전의 이름도 역시 넓은 바다를 건너간다는 의미인데요,
영화는 이 사전이 기획되고 완성되기까지, 1995년부터 2009년까지의 시대를 아울러 전개되어 나갑니다.
(사전 한 권 만드는데 5년은 기본이고 2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주인공들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과 함께, 그들 주변에 새로운 전자 기기들과 단어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전이 제작되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단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도 같죠.
하지만 하나의 문화가 사라진다고 해서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데요, 단어 역시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해도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단어와 시대는 함께 살아가는 것.
점점 사라져 가는 단어들과 새로 태어나는 단어는 부정할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 줍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해 내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하지만 쉽지 않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에 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사랑을 정의하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촌스럽다는 말은?
사전을 만드는 영화인 만큼 여러 단어들의 뜻과 예문을 생각하고, 새로 만들어 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영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자신이 생각하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단순한 멜로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잔잔한 일본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그럼 여러분 저는 다음에 또 다른 포스팅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사진 출처 모두: 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78599#867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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