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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커피, 시나몬 롤, 오니기리, 그리고 사람들.

"미도리 씨는 왜 핀란드에 왔어요?"
"여행하자, 마음먹고 눈 감은 채로 세계 지도 위에서 손가락으로 짚은 곳이 핀란드였어요."

 



일본인 여성 사치코는 핀란드 헬싱키의 어느 골목 귀퉁에서 '카모메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음식과 커피를 파는, 작은 식당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사는 동양 여성이 적어 눈에 띄다 보니 '작은 일본인 여성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소문이 난 건 좋은데
어째서인지 다들 눈치만 보고 들어 오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헬싱키 청년 통미(한국어 버전 번역으론 토미)가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대뜸 묻습니다.
"독수리 오 형제 만화 주제가 가사 알려주세요!"
사치코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며칠 후, 사치코는 우연히 서점에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일본인인 것 같은 미도리와 마주칩니다.
"일본인.. 이세요?"
"네, 그런.. 데요?" 
"저, 혹시 독수리 오 형제 만화 주제가 아세요? 그 노래 가사 좀 알려주세요!"

무턱대고 물어보는 사치코를 살짝 경계하면서도 미도리는 그 자리에서 독수리 오형제 만화 주제가를 적어 주고,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사치코의 집에 묵으면서 식당을 돕게 된 미도리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식당 메인 메뉴 '오니기리'의 속 재료를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토 재료로 바꿔보는 것을 제안하며 여러 가지 재료로 시험해 보지만
사치코의 반대로 무산됩니다.

그러다 문득,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나몬 롤'을 구워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시험 삼아 구워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나몬 롤의 향기에 끌려 이제껏 식당 밖에서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도 사치코와 미도리는
마사코라는 일본인 여성, 집 나간 남편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리사, 운영하던 가게가 망해버려 가족과도 멀어져 버린 마티 등
여러 사정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위로를, 따뜻한 음식을, 마음을 나누며 하루하루 일상을 쌓아 갑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로 유명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지휘 하에 잔잔하고 조용하게 흘러갑니다.

음식을 촬영하는 부분에서는 감독도 굉장히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사치코가 음식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어쩐지 그 향기가 나는 것도 같고,
따뜻한 사치코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습니다.


 

오기가미 감독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의 일상에서 한 번쯤은 느껴봐야 할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려 줍니다.

카모메 식당에서도 역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그리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는 내 마음에 달렸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덤덤하게 하지만 정성스럽게 하루하루를 지내던 사치코의 일상이 미도리의 등장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

손님이 없어 조용하던 카모메 식당이 여러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면서 변화해 가는 모습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일상들이 만나며 주고받게 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전, 꼭 특별한 사람과의 특별한 만남, 특별한 순간들이 있어야 우리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게 아니라,
나의, 우리의 당연한 것 같은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은 모레가 되고, 그렇게 일상이 되어간다고 했을 때

내가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면 그 일상은 누군가와의 특별한 연결고리가 되고, 
그 연결고리가 결국엔 특별한 순간이 되고 특별한 만남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기왕이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일본판 포스터


어떤 분들은 이 영화를 보면 잠이 온다고 합니다.
그만큼 편안한 영화다 보니, 스릴을 좋아하고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시면 어딘가 굉장히 부족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대신,
보는 동안/보고 난 후 나쁜 감정이 일체 남지 않는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조금 지쳤다 하는 분들, 예쁜 영상은 보고 싶은데 무거운 내용은 싫다 하시는 분들,
재미난 일이 없어 우울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한국판 포스터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워요."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좋은게 아니라 하기 싫었던 일을 하지 않아서 좋은 거에요."

-영화 대사 中

 

(사진 출처 모두: 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43863#350061/PhotoList )

이 영화가 맘에 드신 분께는 같은 감독이 연출한 '안경'도 추천드립니다.

2021/01/09 - [소소한 영화이야기] - [일본 영화]안경めがね 진정한 휴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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