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니 나베 메뉴가 생각이 납니다.
일본의 나베는 지역마다 그 맛이 다 달라서 매운맛도 있고 간장 맛도 있고 닭고기 육수 맛 등등 여러 맛이 있는데요,
그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베는 미즈타키라고 하는 메뉴입니다.
한때 후쿠오카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먹어보고, 그 깔끔한 맛에 빠졌습니다.
생각이 난 김에 오늘은,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향토 음식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진한 닭고기 육수의 맛, 미즈타키 水炊き
후쿠오카의 향토 음식 하면 제일 유명한 미즈타키입니다.
(칸사이 지방에서도 미즈타키라는 음식을 먹는다고는 하는데, 이름만 같고 만드는 방법이 좀 다릅니다)
미즈타키라는 이름은 주된 재료가 '물'이기 때문에 붙었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따로 간장이나 소금 등의 조미료를 넣지 않고,
뼈를 발라내지 않은 닭고기를 물과 오래 끓여 나오는 육수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칸사이는 또 칸사이의 방법이 있다고 해요)
충분히 육수가 우려 져 나오면 거기에 각종 야채를 넣어 같이 먹고,
남은 국물에는 ちゃんぽん麺(참퐁면)이나 우동을 넣어서 먹거나, 밥을 넣어서 雑炊(조스이)로 먹습니다.
국물 자체에 별다른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끓인다고 해서 맛이 진해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함께 넣어 먹는 야채로는 양배추, 닭고기 완자, 파, 두부, 쑥갓, 표고 버섯...등이 있습니다.
보통 '나베'라고 하면 배추를 많이 넣는데, 미즈 타키에는 배추보다 양배추를 사용하는 쪽이 좀 더 맛이 납니다.
뽀얗고 맑은 국물과 함께 고기와 야채를 먹으면 본연의 맛이 살아나 그대로도 맛이 있는데
조금 심심하다 할 때는 ポン酢퐁즈, つけだれ츠케다레(오렌지 종류의 橙(다이다이)를 짠 것), 柚子胡椒유즈 코쇼(유자 후추) 등의
조미료를 이용해 맛을 더합니다.
2. 쫄깃하고 매콤한 모츠나베 もつ鍋
후쿠오카의 향토 음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모츠나베는 소나 돼지의 소장/대장 등을 주 재료로 하는 국물 요리입니다.
호르몬 나베라고도 불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나 돼지의 내장을 부추와 함께 간장 맛으로 끓여 먹던 것이 유래로,
1960년대에는 참기름으로 고추를 볶아 내장을 넣고 파를 넣어 먹었다고도 해요.
1992년에 도쿄에 후쿠오카 풍 모츠나베 가게가 오픈하면서 그 볼륨과 싼 가격, 술안주로 제격인 맛이 크게 인기를 끌어 붐이었다고 하네요.현대에 와서 가다랑어, 다시마로 육수를 낸 후 간장과 된장으로 맛을 더하고,
내장과 함께 대량의 부추와 양배추, 마늘, 고추를 더해서 먹는 스타일로 변화했습니다.
남은 국물에는 주로 참퐁면을 넣어 먹습니다.
함께 넣어 먹는 재료에는 두부, 양배추, 팽이버섯이 있습니다.
'나베'하면 언제나 넣어 먹는 배추나 콩나물, 표고 버섯은 물을 머금고 있어 국물이 연해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내장의 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과 고추를 넣어 먹게 되었다고 하는데,
내장 손질이 발달한 현대에도 어째 그 양은 적어지질 않아서 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모츠나베를 먹는다=(다음날까지 냄새가 베어 있을 수 있으니) 쉬는 전날이 아니면 먹기 싫다,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의 곱창전골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도쿄에선 맛보기 힘든 하카타 라멘 博多ラーメン
후쿠오카 지역의 명물, 돈코츠 국물을 베이스로 한 라멘입니다. 돈코츠는 돼지의 뼈를 뜻합니다.
돼지 뼈 라멘..? 하시는 분들 계실텐데요, 이 후쿠오카 라멘으로 유명한 가게 중에는 이치란, 잇푸도 등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맛도 있어서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 라멘의 기본이 되는 맛이 돼지 뼈 라멘, 돈코츠입니다.
가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강불에서 돼지 뼈를 우려내기 때문에 뼈에서 젤라틴 성분이 녹아 나와 조금 탁한 백색을 띠게 됩니다.
체인점 라멘은 좀 많이 개량(?)되어 크게 거부감이 안 드는데,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끄는 가게 라멘은 그 특징이 좀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돼지 뼈를 우릴 때 나는 냄새가 굉장히 특징적이고,
아무리 후쿠오카 출신이어도 그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은 못 먹는 라멘이기도 합니다.
도쿄에서 돈코츠 라멘, 하면 진하고 기름진 맛을 상상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사실 후쿠오카에서 먹을 수 있는 돈코츠 라멘은 가게에서 맡게 되는 냄새와는 달리 깔끔한 끝 맛을 느낄 수 있는 라멘이 더 많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전국적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을때 다른 라멘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강한 맛을 살린 가게들이 많았던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도쿄 등 후쿠오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먹는 돈코츠 라멘은 그 맛이 다릅니다.
(후쿠오카에서 상경한 친구들은 도쿄의 돈코츠는 절대 안 먹고, 대신 후쿠오카에 잘 없는 미소 라멘/간장 라멘 등을 즐겨 먹더라고요.
아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국물은 돈코츠의 기름진(?) 맛으로 먹는 가게도 있고, 거기에 매운 맛을 더해 먹는 가게도 있는 등 그 맛은 아주 종류가 많습니다.
라멘에 들어가는 재료는 파, 차슈 정도로 심플한 경우가 많은데 외에도 콩나물, 목이버섯, 멘마, 김 등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가게 테이블에는 白胡麻흰깨, 紅生姜베니쇼가(생강초절임), 辛子高菜카라시타카나(매운 갓 절임)등이 있어 같이 먹어도 되는데
돈코츠의 맛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맛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가게에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후쿠오카에서 면 요리를 먹을 때 특이한 것은 '면의 삶아진 정도를 물어본다'는 점입니다.
라멘을 주문하면 バリカタ완전 딱딱/カタ딱딱/普通보통/やわ물렁/バリヤワ완전 물렁 중에 어떤 정도의 면으로 먹을 거냐고 꼭 물어보는데,
후쿠오카 사람이라면 100이면 90이 완전 딱딱으로 먹고,
그 위의 단계 ハリガネ하리가네, 완전 딱딱보다 더 딱딱하게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주 얇은 면을 국물에 담아 먹기 때문에 불기 쉬워서 조금 딱딱한 상태의 면을 먹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익지 않은 면이 나오는 건 아니고 면 자체의 수분 함량이 다른 지역과 확연히 달라서 그렇다고 해요.
딱딱한 면은 소화에는 그다지 좋지 않기도 하고, 물렁을 선택한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지도 않으니 취향껏 고르시면 됩니다.
이상, 세 가지 음식에 관해 알아 봤습니다.
후쿠오카의 맛집을 찾아서 가실 때에,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맛집이 가고 싶다, 하시면 검색해서 많이 나오는 가게, 번화가 거리에서 금방 찾을 수 있는 위치의 가게가 좋고
그 지역 본연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하시면 그 지역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골목 하나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한 좀 낡았지만 사람들로 바글 바글한, 시간대에 따라서는 줄을 서서 먹기도 하는 그런 곳을 찾아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中洲나카스에 위치한 포장마차 거리에서도 위에서 소개드린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_;
얼른 다시 해외여행이, 일본 국내 여행도 자유로워지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미즈타키와 모츠나베는 요즘 레토르트 상품으로 국물만 따로 파는 것들이 있어서, 그게 있으면 육수를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그 외 재료만 준비하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저도 오늘은 오랜만에 미즈타키 나베를 해 먹어 봐야겠어요.
그럼 저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내일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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