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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ちょっと今から仕事やめてくる), To Each His Own

 

회사원 아오야마 타카시도 처음엔 열정을 가지고 취업활동을 했었더랬다.
목에 사원증을 걸고 기뻐한 날이 있었는데,
요즘엔 어째 그 사원증이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 답답하고, 그저 우울할 뿐이다.
집 정리를 제대로 한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주말에도 이불속에서 나올 수 없다.
월요일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또다시 출근을 해보지만 업무는 실수 투성이에 돌아오는 건 상사의 욕지거리.
참고 참고 또 참아보지만 이렇게 버티기만 하는 삶에 의미가 있나?
.. 없는 것 같다.
어느때처럼 탈탈 털리고 야근까지 한 퇴근길, 전철을 기다리는 중에 또다시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
싫다. 모든게 다 싫어졌다.
그냥 이대로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눈을 감고 쓰러지던 그 순간, 아오야마의 앞에 나타나는 헐렁한 옷차림의 남성.
'오랜만이야!! 나야 나, 야마모토! 기억 안 나??'
자신을 기억 못 하겠냐며 호들갑스럽게 붙들어 일으키는데 아오야마는 그가 도통 누군지 모르겠다.
대충 초등학교 때 동창이라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반가워하는 걸 보면 친했던 친구인가 싶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딱 한 잔만 마시고 가자는 그의 말에 따라가게 되고,
그렇게 친해지게 된다.

 

 

야마모토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다른 친구와의 연락으로 실제 동창은 아니란 게 밝혀졌지만 아오야마에게 그가 실제 동창이고 아니고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는 항상 밝고, 호탕하다. 함께 있으면 힘이 난다.
일로 힘들어하는 아오야마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때에 따라 적절하게 조언도 해준다.
야마모토와 연락하며 지내게 되면서 아오야마는 어느새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무섭지 않아 졌다.
작은 변화를 계기로 힘들기만 하던 일도 조금씩 재밌어졌다.

어느 날 우연히 야마모토를 발견한 아오야마는 언제나처럼 다가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평소와 달리 어두운 얼굴로 어디론가 향하는 야마모토를 보고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가 향한 곳을 찾아보니, 바로 공동묘지.
순간, 언제나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야마모토에 대해 그동안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고 생각한 아오야마는
그의 이름을 토대로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고,
야마모토가 이미 3년 전에 투신자살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야마모토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아오야마에게 나타난 것일까. 
아오야마는, 앞으로도 회사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
.
.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2030의 마음을 너무나도 리얼하게 잘 표현했던 원작 소설이 2014년 대상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지지가 있었던 것과 더불어
인기 배우 후쿠시 소타, 쿠도 아스카 등의 출연으로 개봉 당시 굉장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아오야마를 통해,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상식을 뛰어넘는 잔업과 그에 따른 보상이 충분하지 않은 회사가 아직도 많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무너져버린 2030의 자살 또한 적지 않게 일어나는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국가적으로도 제도를 새로이 갖추려 노력하는 추세이고 사회 전반적인 의식도 조금씩 바뀌어져 가곤... 있습... 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오야마가 여러 상황에 처하는 모습과 그 상황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변화'가, 영화가 말하고 싶은 중요한 주제로 와 닿았습니다.

만약 무조건 힘든 일은 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즐겁게만 살아가자, 라는 주제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오야마의 현 상황은 나쁜 것이고 언제나 즐거운 야마모토의 삶이 좋다, 는 식의 표현을 하려고 했다면
야마모토를 태어날 때부터 호탕한, 타고난 해피남으로 그리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언제나 밝은 야마모토도 사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후반부에 보여주는 것을 보고,
누구나가 힘든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힘듦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나로 '변화'해 나가자, 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 저는, 구체적으로는 아오야마의 변화를 보면서,

1. 지금의 삶이 힘들다 느껴질 때,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일 수 있다.
2. 내가 지금 모르고 있을 뿐 그 계기는 내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3.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여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4. 무조건 하나의 회사에서 버티는 것만이 과연 자기 인생의 답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달렸다.
6.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다면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고 단지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책임진다 생각하고 행하면 된다.
7. 잃을 것이 두려워 얻을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

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일 뿐만 아니라, 지금 처한 상황이 힘들다 느껴지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멍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것이 많지 않을까 생각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와 함께,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오늘 하루 잘 이겨낸 나 자신을 토닥이는 시간,
내일 하루 또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으실 수 있는 시간 보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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