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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드라마이야기

[일본 드라마] 아름다운 꽃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 '그림의 떡(高嶺の花)'

https://www.ntv.co.jp/takanenohana/

 

일본의 전통적인 꽃꽂이 예술, 이케바나의 명가 '츠키시마' 유파의 첫째 츠키시마 모모는
아름다운 미모와 함께 출중한 실력으로 다른 이케바나 유파에서도 유명한, 그야말로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츠키시마' 유파의 다음 당주(家元)가 될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식 당일,
사랑한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자 친구가 나타나지 않아 파혼을 하게 되면서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그 후로 자신의 인생과도 같았던 이케바나가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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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 수리점을 하는 카자마를 만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곰돌이) 푸우 씨로 불리는 카자마는 그 별명에 걸맞게
언제나 다정하고, 푸근한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처음엔 관심이 없던 츠키시마도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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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녀에게는 배다른 동생인 나나가 있습니다.
압도적인 재능과 미모를 가진 언니에게 자신은 절대 이길 수 없다며 항상 겸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누가 뭐래도 언니에게는 경의를 표하며 친절했던 그녀였는데,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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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동생 나나의 뒤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어머니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아버지.
나나에게 운명적인 만남을 선사한 라이벌 유파의 우츠노미야.
점점 빠져들게 되는 카자마.

이들과의 관계가 점점 진전될수록,
이제껏 아무도 건들지 못할 것 같던 츠키시마 모모의 인생에 조금씩 어두운 그림자가 지는데...
츠키시마 모모는 지금까지처럼 행복하게, 아름답게 이케바나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츠키시마' 유파는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을까요?

 

https://www.ntv.co.jp/takanenohana/

 

이제껏 일본 드라마에서 별로 다루지 않았던 '이케바나'라는 일본의 꽃꽂이 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나갑니다.
오프닝이 굉장히 화려하고 빠른 리듬의 음악으로 흘러가는데 그야말로 이 드라마의 전개가 그렇습니다.
초반에는 츠키시마와 카자마의 만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츠키시마의 어머니, 동생, 아버지까지가 연개 되어 점점 사건 사고들이 펼쳐지고,
그로 인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적인 변화가 굉장히 빠른 스텝으로 이어져나갑니다.


츠키모토의 화려한 패션,
조용할 것만 같던 이케바나 유파의 물고 뜯는 집안싸움,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과 아픔,
모든 걸 감내해야 하는 창작자의 고통, 그러한 과정을 여실히 나타내는 이케바나 작품 등
이 드라마는 스토리 외의 부분에서도 많은 볼거리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제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화려한 삶을 살아온 츠키시마와,
어떤 의미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카자마가 만나면서 서로가 얻게 되는 '치유'입니다.

이 두 주인공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단순한 사랑에 빠진 남녀의 대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나누는데 그래서 보는 동안 더더욱 깊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화를 시작으로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서로의 영향으로 대화를 하는 방식이 변해가고 표정이 변해가고 성격이, 성향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들이 서로에게 얻은 것은 성장으로도 보이고, 어떠한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으로도 보입니다.

 

카자마가 내뱉는 말들은 일명 '바른말'들입니다.
모두 뼈가 있고 올곧은 어떠한 심지가 느껴지는 말들인데, 보통 이런 말들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따위 예쁜 말 하나도 도움되지 않아'라고 느껴지기 쉽습니다.
극 초반에서는 아마 극 중 인물도, 보는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그의 말은 점점 강해집니다.
강해진다는 뜻은 다른 게 아니라 등장 인물도 시청자도 그가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설득당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마냥 나쁜 기분만은 아닙니다.

츠키시마가 내뱉는 말들은 일명 '솔직한 말'들입니다.
어떨 땐 예쁘지만 어떨 땐, 굉장히 뾰족한 그녀의 말은 통쾌하게도 들리지만 어딘가 서글픕니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과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


츠키시마는 그의 말로 치유를 얻고, 카자마는 그녀의 말로 인해 치유를 얻어가는 모습
자연스레 '나' 역시 잊고 있던 어떤 종류의 상처를 치유받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무조건 좋은 말들만이 치유를 위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굳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구구절절 좋은 말들보다 효과가 좋은 건 가슴속 깊이 담아 두었던 그 한 마디, 솔직한 대화 한 소절이기도 하더라고요.


 

잔잔하게, 하지만 화려하고 강하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굳어버린 상처를 치유하는 드라마, 그림의 떡.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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