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상경해 도쿄에서 회사를 다니는 주인공 나기.
싫다는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 탓에 회사의 여러 잡다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참기만 합니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비밀 사내 연애중인 회사의 인기남, 신지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신지가 주변 사람들에게 여자 친구는 잠을 자기 위해서만 만나는 거 아니냐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고, 나기는 배신감에 과호흡이 오면서 쓰러집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나기는 이제까지의 삶을 한번 돌아보게 되고,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자 결심을 합니다.
신지와 헤어지고, 회사를 그만두고, SNS도 삭제하고,
모든 짐을 버린 후 도쿄 외곽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나기.
아파트는 조금 허름하지만 윗집엔 정이 많은 할머니,
양 옆집엔 귀여운 아이도 살고 있고, 자유로운 영혼의 남성도 살고 있습니다.
그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의 시작을 한 발 나서는 나기였는데, 갑자기 신지가 찾아옵니다.
사귈 때도 그리 착하지는 않았지만 헤어지고 나니 점점 더 말을 함부로 하기 시작한 신지는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 나기에게 절대 넌 변할 수 없다며 계속 나기에게 뭐라고 하고,
그런 그를 피하려는 나기.
나기는 이 곳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새로운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는 나기라는 주인공이 소극적이고 회피하기만 했던 이제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본질적인 '자신다운'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나기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제일 먼저 그만둔 것은, 머리를 곧게 펴는 일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곱슬 머리는 튀었고, 부모님 역시 밖에 나갈 땐 항상 곧게 펴서 다니라 합니다.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매일 아침 회사를 가기 전에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들여 머리를 곧게 펴서 출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 후, 그녀는 머리를 피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지만, 나기는 더 이상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의 곱슬머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모습 그대로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 합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한다 결심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다음날부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일도 찾게 되고, 금방 잘 풀리기 쉬운데,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기는 자신의 두 발로 제대로 자립한다 다짐하고선 금세 자유로운 영혼의 옆집 남성에게 홀딱 반해
자신을 새로 찾기는커녕 몽땅 잃기도 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을 시작하면서 또 한번 새로운 세상을 배우기도 합니다.
회사원이었던 시절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과 부딪힙니다.
이사 후 친해진 친구와 함께 같은 목적을 갖고 달성해보려 노력도 해보고, 좌절도 합니다.
그러면서 정말 자신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살았었는지 점차 알아갑니다.
왜 자신은 혼자서 행복을 찾아 나서지 못했던 것인지,
사람들과의 거리가 왜 가까워지지 못했던 것인지.
나기는, 이제껏 모두가 좋으면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단,
남들이 좋다고 하는 맞다고 하는 일에 동조해 왔습니다.
나에게 싫은 일이어도 남들에게 좋다면 일단 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굉장히 착하고 주변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녀는 그저 남들이 먼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행복도, 살아감의 만족도도 자신이 성취하는 것이 아닌, 걸어 들어온 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일도 사랑도 친구도, 주변 마음에는 들지 몰라도 자신에겐 맞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조금씩 자신의 본모습을 알아가며 변해가는 나기의 모습은
그 언젠가의 나도 그렇지 않았을까, 비슷한 상황이 나도 있었는데, 하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어느샌가 변해가는 나기를 응원하게 되고, 지나간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유쾌한 리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드라마여서 가볍게 틀어두고 보기 좋습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코믹함이 중심적이고, 진지할 땐 진지하지만 억지 감동 포인트, 억지 눈물 씬이 없습니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조금 지쳤다는 생각이 드는 분,
새로운 변화를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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