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벚꽃잎이 떨어질 때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래.''
- 1화 -
초등학교 시절, 서로 도쿄로 전학 오게 되면서 알게 된 아카리와 타카키.
몸이 약해 운동장보다 도서관을 좋아하던 둘은 관심사도 비슷해 금방 친해졌고
어느새 주변 친구들이 놀릴 정도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봄의 벚꽃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카리가 도쿄를 떠나 전학을 가게 되면서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전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타카키 역시 전학으로 도쿄를 떠나게 되고,
더 거리가 멀어지기 전에 타카키가 아카리의 동네로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약속을 잡은 날 오후, 눈이 멈추지 않고 내리기 시작하고,
아카리의 동네로 향하던 전철은 점점 늦어지기 시작합니다.
애가 타는 타카키. 무사히 아카리를 볼 수 있을까요?
- 2화 -
카나에는 중학생 때 도쿄에서 전학을 온 타카키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친해지고 싶지만, 항상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타카키.
용기를 내 한 발 다가갔다가도 곧 두 발 멀어지고 맙니다.
이제 곧 졸업을 하게 되면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될 테니 그전에 고백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마음은 취미로 하던 서핑에서도 슬럼프로 나타나게 되고,
이도 저도 아닌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일단 서핑에 몰두하는 카나에.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파도 위에 서게 된 날, 그에게 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데...
- 3화 -
도쿄의 회사에 취직한 타카키는 무작정 앞만 보고 열심히 일에 매진합니다.
자신이 어떤 목표로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왔지만
언젠가부터 계속된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공허함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둡니다.
봄이 가까워지던 3월의 어느 날, 타카키는 벚꽃을 보러 나가고,
초등학생 시절 걸었던 그 길을 걷게 됩니다.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한 여성.
선로에서 서로 스쳐가던 두 사람은 무언가를 느껴 동시에 뒤돌아보지만
때맞춰 지나가는 전차로 서로의 얼굴은 보지 못합니다.
전차가 지나간 후, 여성은 이미 가고 난 후였고 멈춰 선 타카키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걸어갑니다.
'너의 이름은'이란 작품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으로,
가슴 아픈 그리움의 감정을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총 세 편의 이야기로 이어져가는 스토리는 주인공 아카리와 타카키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직장인이 되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만의 색채와 디테일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간단한 설명으로는 전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추억과 그리움이란 감정을 깊고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주된 주인공은 타카키입니다.
그의 성장 속에는 항상 아카리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중학교로 진학을 했지만 편지를 계속하고,
눈길을 헤쳐 타카키가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1화의 이야기는
그 언젠가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구보다 보고 싶고 좋아하지만 중학생 남녀가 함께 하기에 앞으로 놓인 인생은 너무 길고,
물리적인 거리는 생각보다 강했으며 서로는 서로를 지킬 힘이 없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연락은 끊겼지만 여전히 아카리를 그리워하는 타카키와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이야기가 담긴 2화.
고백만이 답이 아니란 걸 카나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와 자신의 사이엔 자보이지 않는 어떠한 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깨기엔 타카키와 그 벽의 연결고리가 너무 강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 이상 손을 내밀 수 없던 카나에가 흘리는 눈물은 고등학생이라서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짝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을 정말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애써 모른척하는 타카키는,
아카리가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보내지 못할 문자만 썼다 지웠다 반복합니다.
어른이 되어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는 타카키와,
왼쪽 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는 아카리의 모습이 보이는 3화는
두 사람이 결국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연한 만남과 재회로 결국 첫사랑은 이루어졌습니다, 라는 예쁜 결말은 이 애니메이션에 없었습니다.
그 대신 마지막에 그려지는 것은 타카키가 지금껏 느껴왔던 공허함의 장면 장면과,
미소 지으며 다시 걸어 나가는 타카키입니다.
각 이야기마다 등장인물들은 내레이션으로 그들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들려오는 담담하면서도 감정이 꽉 담겨있는 내레이션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주제곡과 함께 지나가는 타카키의 기억 속 장면 장면들은
그간 타카키가 느꼈던 그리움과 애절함을 마치 폭풍처럼 전해줍니다.
어쩌면 현실 속에선 당연하지만, 그래서 또한 마음 아픈 결말과 함께,
분위기는 물론 그 가사가 너무도 적절해서 가슴을 콕콕 찌르는 주제곡은 진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보는 내내 지난 그리움을 떠올릴 수 있는, 그래서 가슴이 아픈,
행복한 사랑의 추억이 아닌, 아픈 만큼 애절했던 사랑을,
비슷한 경험을 했건, 하지 않았건 공감할 수 있는 작품, 초속 5센티미터입니다.
'소소한 일본 문화생활 > 일본 애니메이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애니메이션] 재밌는 과학 공부, '닥터 스톤(Dr.STONE/ドクターストーン)' (0) | 2021.03.01 |
---|---|
[일본 애니메이션] 술과 꿈과 하이 센스가 만나면 이럴까 싶은, '밤은 짦아 걸어 아가씨야(夜は短し歩けよ乙女)' (0) | 2021.02.28 |
[일본 애니메이션]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の片隅に)' (0) | 2021.02.25 |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와의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늑대아이(おおかみこどものあめとゆき)' (0) | 2021.02.17 |
[일본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 (0) | 2020.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