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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달콤한 도라야키와 아픈 시선, '앙:단팥 인생 이야기(あん)'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94591#1029628/PhotoList

 

벚꽃이 아름다운 어느 조용한 동네.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점주 센타로는 매일 아침 묵묵히 반죽을 만들어 도라야키를 굽지만 어째 즐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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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알바를 구한다고 들었는데 자기도 일 할 수 있냐며 76세의 토쿠에가 찾아옵니다.
자신은 손가락이 조금 보기 안좋으니 급여는 절반만 줘도 된다며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 이야기하지만,
센타로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안된다며 거절한 후 도라야키를 하나 건네줍니다.
토쿠에는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날 오후 다시 찾아와서는
도라야키, 반죽은 괜찮은데 단팥이 좀 아쉬웠다며 직접 만드냐고 물어봅니다. 
점주는 기업 비밀이라고 말을 돌리고,
토쿠에는 50년동안 단팥을 만들어왔는데 한번 맛 보라며 자신이 만든 단팥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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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이상한 할머니가..라고 생각하던 센타로는 별 기대 없이 한 입 먹어보는데
토쿠에가 만든 단팥은 입에 넣자마자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맛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토쿠에에게 센타로는 사실 자신은 지금껏 시판용 단팥을 이용했었다며,
앞으로 함께 일해주며 단팥을 만들어주지 않겠냐고 제안합니다.
토쿠에는 드디어 자신도 일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둘은 함께 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담아 팥을 만드는 토쿠에를 보며 센타로 역시 제대로 된 도라야키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집니다.
단팥이 바뀌면서 도라야키가 너무 맛있어졌다는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줄을 지어 도라야키를 사러 오게 되는데,
번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토쿠에와 관련된 이상한 소문이 들려옵니다.

센타로와 토쿠에의 도라야키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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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달콤한 단팥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스토리의 영화가 아닙니다.
달콤한 도라야키와, 사회의 아픈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센타로도 토쿠에도, 어떠한 이유로 사회에 당당히 나설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센타로는 거의 모든 걸 내려놓은 채 살아가고 있었고,
토쿠에는 그런 센타로를 알아보고 다가갑니다.

영화 후반에서 토쿠에는 왜 자신이 그 가게에서 일하려 마음먹었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담담히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즈음에는 점주에게 메시지를 남겨주는데,
저는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곧 그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장님,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 세상을 듣기 위해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에게는 살아갈 의미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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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쿠에가 단팥을 만드는 과정은 조금 특별합니다.
꼭 단팥이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처럼 다룹니다.
팥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지 상상하며 말을 건네고,
곧 맛있는 단팥이 될 거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응원합니다.

바람과 꽃과 달과 나무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대합니다.
그녀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 언어가 있다고 믿는다며, 그들의 언어를 들으려 노력합니다.
언제나 밝게 웃으며 즐겁게 일을 합니다.
일생동안 사람들과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야 하는 그녀였지만,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처럼 느껴져 매일매일을 힘들게 버텨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의미는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을 살아갈 이유를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가 한 번씩 살아가며 좌절을, 절망을 경험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 존재할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찬찬히 생각해보면, 힘든 날도 슬픈 날도 해는 우리를 비춰주고,
바람은 살랑이며 땀을 식혀주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전해줍니다.
가만히 그 목소리를 들어보면 해와 바람과 꽃과 달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힘내라 응원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보고 왜 그렇게 사냐며 타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다 보면, 왜 굳이 슬픈 눈을 하고 살아가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살아보면 되지 않을까..? 용기가 납니다.
살아갈 의미를 찾는 것은,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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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토쿠에를 연기하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 키키 키린입니다.
그녀는 눈빛과 손 끝과 목소리로 우리에게 살아갈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슬픈 눈의 점주 센타로를 연기하는 것은 나가세 마사토시입니다.
이 영화로 처음 알게 된 배우인데 다른 출연작을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점주와 토쿠에 사이에서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인 여중생 와카나 역을 연기한 사람은 우치다 캬라라는 배우로,
실제 키키 키린의 손녀딸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중간중간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잔잔하고 편안하게 흘러갑니다.
막 구워낸 도라야키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맛의 영화를 찾으시는 분께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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