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사오리에게 키시모토라는 남성이 찾아옵니다.
그는 사오리의 아버지가 암에 걸려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말하며
지금 요양원에 있으니 거기서 일요일마다 아르바이트를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없었던 사오리는
이미 몇 번을 거절한 상태였지만,
일요일 아르바이트의 일당 역시 높게 쳐 줄 것이며, 일을 하다 보면 아버지가 유산도 주게 될 것이라는
키시모토의 제안에 당장 돈이 없던 사오리는 결국 승낙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일요일, 사오리는 요양원을 찾아갑니다.
바닷가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이 곳은 게이를 위한 요양원으로, 이름은 메종 드 히미코.
이곳엔 각각의 개성과 사연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오리는 이미 자신의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도,
그가 한때 긴자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게이바의 일등 마담이었다는 사실도,
갑작스러운 은퇴 후 자신과 같은 게이를 위한 요양원을 이곳에 세웠다는 사실도 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요양원에 와서 보니, 이 곳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 그녀를 기왕 왔으니 일해보자 다독이는 키시모토.
사오리는 이 곳에서 무사히 알바를 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의 오랜 앙금은 풀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누도 잇신 감독이
'조제~' 팀과 또 한번 힘을 합쳐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번에도 그는 그만의 템포로 사람들의 삶과 죽음, 사랑과 인연, 욕망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그런 개성을 드러내고 살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간다고 해도 여전히 사회의 시선은 따가웠고, 그들은 고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세월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히미코의 연인이자 요양원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모의 키시모토 역시,
히미코가 점점 몸이 나빠지면서 욕망이 없으면 살아가는 이유도 없다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특별하지 않다고 해서, 고독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평범한' 사오리 역시 매일매일이 무력하고 고독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그들은 고독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터놓고 교류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며 자유롭습니다.
모두가 다 똑같이 평등한 이 곳에서 사오리 역시 조금씩 변해갑니다.
처음엔 조금 거부 반응이 들었던 그녀도 이내 그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내면의 모습에 마음을 열 수 있었고,
아버지와의 관계,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며 가슴속 앙금을 조금씩 지워갑니다.
이 영화는 그 스토리, 전개, 음악 등 모두 조화롭지만
무엇보다도 사오리/키시모토의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연기가 더해져 두 배로 빛을 발합니다.
언제나 조금 화가 나있지만 심성은 고운 사오리 역은 시바사키 코우,
언제나 조금 슬픈 미소를 띄고 있는 키시모토 역은 오다기리 죠가 맡았습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섬세한 표정 연기와 대사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세계 속에서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이 세상에는 참 특별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남들과 다른 사람들이 공격받는, 무시받는, 소외당하는 모습들이 당연시되면서
특별한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죽이거나,
혹은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공격을 감수하는 각오를 하고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별함이 어쩌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무기가 되어버렸을까요.
모두가, 다 그냥 사람인데 말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고찰을 하게 해 줍니다.
사람에 대한 고찰을 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영화,
메종 드 히미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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