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는 절친이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키즈키, 또 한 명은 그의 연인 나오코.
항상 잘 어울려 놀던 셋이었지만 고3이 되던 5월, 키즈키가 자살을 하고
와타나베는 도쿄의 시립 대학의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나오코와도 연락이 끊깁니다.
일 년여가 지난 후, 와타나베는 전철에서 우연히 나오코를 만납니다.
나오코 역시 도쿄의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둘은 주말마다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나 싶었는데,
나오코는 20세 자신의 생일날, 함께 잠자리를 한 후로 흔적을 감춰버리고,
학생 운동으로 학교는 매일 혼란스럽습니다.
와타나베는 앞으로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ノルウェイ の森(노르웨이의 숲)'인데요,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팬들은 고대하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드디어 영화화된다는 기대감과
소설의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굉장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역시나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상반되어 나타났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영화와 그의 원작 소설은 높은 평가와 동시에 많은 비평 또한 받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제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첫 번째는 제목입니다. 이 부분은 소설에서도 의문이었는데요,
왜 한국에서의 번역이 원제 그대로 '노르웨이의 숲'이 아닌, '상실의 시대'일까 라는 점.
거기에 포인트를 두고 영화를 보았더니,
주인공 와타나베 주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그의 곁을 떠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 그의 곁을 떠났던 절친 키즈키.
마음이 통했다 느꼈던 또 다른 절친 나오코.
친했던 나가사와 선배, 그의 애인, 룸메이트, 미도리의 아버지, 레이코...
항상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아 보였던 와타나베였지만
사실 그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사랑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친구도 연인도 모두 떠나갑니다.
그로 인해 계속 방황합니다. 사라져 버리는 그 관계들에게서 오는 상실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아무렇지 않게 털어내기엔 아직 어려운, 20대의 와타나베.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관심을 가진 부분은 영화의 음악과 함께 전해져 오는 영상미입니다.
트란 안 훙 감독이 그려낸 영상미,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은 압도적인데
제일 대표적인 장면은 5분 6초의 롱테이크 초원 씬입니다.
아픔과 고통 그리고 사랑을 전하는 나오코와 와타나베의 감정에
초원의 생생함과 푸른 바람이 더해져 감정 이상의 분위기가 전해져 오고,
감독은 그만의 색과 카메라 워크를 통해 하나로 묶어 냅니다.
물론 전체적인 색감 역시 그의 색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1960~70년대 시대적 배경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레트로 한 영상미는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단순히 멋진, 아름다운 영상미가 아닌,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와 감정에 어울리는 영상미는
음악과도 어우러져 오래도록 잔상이 남습니다.
성적인 묘사가 많아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쉬운 작품이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오코와 미도리.
이들은 와타나베에게 있어 서로 정반대의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인물들입니다.
나오코의 죽음은 와타나베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안겨주고 오래도록 방황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녀의 죽음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된 후 한 발 성장합니다.
드디어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긴 겁니다.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미도리가 존재하고 있죠.
나오코의 상실과 미도리의 존재.
그녀들이 와타나베에게 절대적인 영향이었던 만큼, 와타나베 역시 그녀들에게 절대적인 인물일까요?
영화는 그녀들을 포함한 주변 인물의 작중 심리와 와타나베의 관계를 와타나베 중심으로 보여주지만,
그녀들 관점으로 다시 보게 되면, 또 새로운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많은 영화들이 그렇지만 이 영화 역시 20대 때 보는 것과 30대 때 보는 것과 40대 때 보는 것이 다 다르다고 해요.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 본 적 있는 분들껜 또 한 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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