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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거짓이 사실이 되어버리는 현대 사회, '백설공주 살인사건(白ゆき姫殺人事件)'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85313#photoId=961868

 

계곡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칼에 수차례 찔린 후 불에 태워지는 끔찍한 수법으로 살해된 피해자는
'백설공주' 비누를 판매하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던 미키 노리코라는 여성입니다.
끔찍한 살해 수법과 피해자의 아름다운 미모가 화제가 되어 범인이 누구인가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던 그때,
우연히 피해자와 같은 회사에 다니던 친구 카노 리사코를 통해 이 사건을 빨리 접할 수 있었던 방송국 조연출 아카호시 유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방송국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최측근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던 중,
사건 이후 갑자기 종적이 묘연한 회사 동료 시로노 미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됩니다.
파고들수록 외모, 성격, 인간관계 등 모든 면에서 피해자와 거의 반대일 정도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남자 친구를 노리코에게 빼앗겼다'는 소문 아닌 소문도 돌고 있던 시로노.
유지는 정확한 증거도 없이 정황만으로 그녀가 범인이라고 점점 의심을 하게 되었고,
거의 중독처럼 사용하던 트0터에 그러한 사심이 담긴 발언을 진실인 것처럼 자극적으로 올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했고, '백설 공주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퍼져나갑니다.
유지는 수집된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만든 영상을 보도해버리고, 그의 영상 속 범인은 거의 '사건 이후 사라진 그녀'로 확정이었습니다.

엄청난 화제성으로 선배들에게 인정받아 뿌듯함을 느끼던 유지였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에게 항의서 한 통이 도착합니다.
시로노 미키의 동창으로부터 도착한 항의서에는 범인으로 몰리고 있는 시로노 미키는 배려심 깊고 자상한 사람으로
그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적혀있었고,
더욱더 그녀가 궁금해진 유지는 그 동창을 찾아가 과거의 시로노 미키에 대해 취재합니다.

한편, 어떤 연유에선지 사건 당일 행적을 감췄던 시로노 미키는 어느 비지니스 호텔 방에서 보도를 보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범인이라고 손가락 질 하는 상황.
그녀는 무죄를 입증하고 싶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자살을 하려 합니다.

과연 이 사건의 진범은 누구였을까요?
시로노가 진범이었을까요? 만약 아니라면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알릴 수 있을까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85313#photoId=961868

 

이 영화는 SNS를 중심으로 소통을 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의 하나인,
대중 심리와 우연으로 얽힌 사람과 사건 사이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선동당하기는 얼마나 쉬운지에 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중 아카호시 유지, 카노 리사코, 미키 노리코는 대중을 선동하는 사람들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봐줄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봐주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등장 인물 중 시로노 미키는 의도하지 않게 선동당해지는 피해자입니다.
우연한 계기가 겹치고 겹쳐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85313#photoId=961868

 

아카호시 유지는 SNS를 통해 자극적인 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읍니다.
엄청난 것을 발견한 것처럼, 마치 그만 아는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말하는 그의 말을 사람들은 쉽게 믿습니다.
이미 누군가 한 명 악인으로 점 찍혀있는 일에 관해,
'다들 나쁘다고 하니까 나쁜 거 맞겠지', '아마 이랬을 거야',라고 얼굴도 성격도 만난 적도 없지만 쉽게 말을 얹습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모임에서 이런 일이 있어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아카호시 유지가 단순히 트0터에서 말을 하는 것뿐 아니라 방송으로 만들어 언론에 보도했다는 사실입니다.
'방송국 (계약직) 기자'가 취재해 보도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사실 같은 정황은 너무 쉽게 진실을 흐려버리고,
어느덧 용의자 결정에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카노 리사코는 최초 제보자로 마치 범인을 본 것처럼 아카호시 유지에게 연락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발언으로 아카호시는 거의 처음부터 범인은 시로노 미키일 것이라 단정지은 후 사건을 취재해나갑니다.
'누가' 의심스러운지가 아닌, '시로노가'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아 취재해나가기에,
그가 보도하는 내용에서 시로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미키 노리코 역시, 피해자로 알려질 당시 굉장히 선한 인물이었다는 평판이었지만 이 또한 그녀가 만들어낸 것으로,
앞에선 가면을 쓴 채 선량한 척을 하지만 뒤에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니는 인물이었습니다.
당하는 사람 말고는, 그녀의 진실한 얼굴을 알 수 없었습니다.

시로노 미키는, 사람들을 선동할 생각도, 잘 보여야겠다는 마음도, 가면을 쓰지도 않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 사고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녀에게 좋은 방향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나쁜 의도 없이 내뱉은 그녀의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온 동네 사람들이 당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단지 손을 뻗었을 뿐인데 누군가 다칩니다.
그녀가 마녀인 것도 아니고, 마술을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일들이 다 이렇게 안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는 걸까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85313#photoId=961868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한번 되짚어보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던 것인가'입니다.
아카호시는 왜 그렇게까지 편파적으로 보도를 하려 했을까요?
카노는 왜 처음부터 시로노를 범인처럼 말했을까요?
미키 노리코는 왜 가면을 쓰고 살아갔던 것일까요?
왜 사람들은 아카호시의 발언에 그토록 반응하고, 미키 노리코의 가면을 알아채지 못한 걸까요?

찬찬히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또 하나의 숨겨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모든 것이 경쟁인 현대 사회의 구조입니다.
아카호시, 카노, 노리코는 살아남기 위해 한 명의 (혹은 두 명의) 피해자를 만들어가면서까지 행동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시로노는 남을 상처주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당하기만 하는 쪽으로 그려집니다.
SNS에서, 회사에서 선동당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처한 사정을 바탕으로, 각자의 사정으로 사건을 판단했습니다.

누가 올바르고 누가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무리 현대 사회의 구조가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어떠한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렇게까지 여러 사정이 얽힌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과연 처음부터 아카호시 유지의 기사와 발언들이 편파적이라는 것에 눈치챌 수 있을까요?
왜 처음부터 시로노가 의심을 당하는 것인지, 우리 자신의 감정을 섞지 않은 채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미모의 그녀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이라 몰린 그녀의 편에 서서,
정확한 증거가 없으니 그녀의 의견도 들어보자, 말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평소 자신 역시 얼마나 편파적인 눈으로,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세상의 사건 사고들을 '판단'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느꼈습니다.

SNS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이들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위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나부터, 불필요한 동조를 줄이고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 조금 중구난방인 소개글이 되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니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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