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꿈꾸며 상경했지만 백수로 지내고 있던 쇼의 집에 아버지가 찾아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누나가 도쿄에서 혼자 지내다 얼마 전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 집에 남겨진 유품을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아버지의 누나 이름은 마츠코.
얼마 전 강가에서 구타를 당한 채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유품 정리를 하던 쇼를 찾아온 경찰은 원래 그녀가 중학교 교사를 했었다는 등
그녀의 지난 일생에 대해 알려주고, 쇼는 그 만남을 계기로
마츠코의 주변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그 일생에 대해 알게 됩니다.
마츠코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마지막 죽는 순간 혐오스럽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걸까요?
원작의 제목은 직역하면 '미움받은 마츠코의 일생'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제목에 '혐오'가 붙은 것은 아마도,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한평생 꼬인 인생을 살아야만 했던,
그간의 노력이 무모하게도 죽는 순간 혐오스럽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던,
마츠코의 기구한 운명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평범하게 태어나, 한때는 모두가 자신에게 사랑받던 마츠코.
마츠코가 자신의 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엄청난 부와 명예 그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며 자신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오카에리- 라는 인사를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망은 너무나도 이루기 어려웠습니다.
가족들은 아픈 동생만을 바라보았고 아버지는 자신을 보며 잘 웃어주지 않았으며,
중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 동료들은 자신을 너무 쉽게 버렸고
다가온 남자들은 마츠코에게 상처만을 남겼습니다.
계속되는 상처에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마츠코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먹고 마시며 그 언젠가의 고향에서의 나날들을 그리워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단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원했던 것뿐인데, 일생이 외로웠습니다.
그녀 나름 노력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쩌다 기댈 수 있는 연인도, 가족도 없어진 걸까요.
하지만,
그렇게나 힘든 삶을 살았던 마츠코이지만,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고,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사랑이었기에, 사랑에 배신을 당했어도
또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려 노력합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은 불행했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신의 마음은 아팠지만,
그 상대에게는 온 마음을 다 합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웃게 하고, 힘을 내게 합니다.
자신은 상처 받고 너덜너덜해지고 고독하다고 해도, 남을 위합니다.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떠한 이유를 찾아 살아내려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의 가치는, 남이 나에게 어떤 일을 해 주었느냐가 아니라,
내가 남에게 어떤 일을 해 주었느냐에 달린 거겠지?
영화를 본 후, 저는
마츠코는 혐오스러운 삶이 아닌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생이 외로웠던 마츠코였지만,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연인과 친구도 있습니다.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
이 영화의 포인트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연출인데요,
나카지마 테츠야라는 자신만의 색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감독이 원작 소설을 재편해
결점 투성이의 매력적인 여성의 일대기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자신의 확고한 일념 하에 CG와 노래와 춤, 그리고 코믹 요소를 더해
자칫 어둡게만 그려질 수 있었던 마츠코의 일생을 리드미컬하고 화려하게 표현합니다.
나카지마 감독의 다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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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마츠코를 연기한 배우는 나카타니 미키로,
섬세한 심리 표현으로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만나본 적 없는 마츠코의 모습이 보입니다.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배우들 역시 내로라하는 명 배우들입니다.
초호화 캐스팅답게,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지 않고 흘러갑니다.
스토리가 좀 어둡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화면 연출에 있어서는
역시!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고, 사용된 곡 또한 좋기 때문에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한 번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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