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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애니메이션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II 개봉 후 일본 현지 반응&약스포 있음. (シン・エヴァンゲリオン劇場版:||)

 

https://www.evangelion.co.jp/

 

지난 3월 8일,
오랜 공백 기간을 깨고 드디어!!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이 개봉했습니다.
에반게리온 마지막 시리즈가 나온다 나온다 말만 있고 거의 10년을 기다리게 했던 작품이기에
한국에서도 정식 개봉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현지 반응 역시 개봉 전부터 그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지상파 뉴스에서의 언급은 물론,
트위터 등에서는 개봉 전 과거 작품을 복습하는 사람들과,
선 공개된 티저를 보면서 이런 저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
새로운 발견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연일 눈에 띄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만큼 신 에반게리온 최종판은
두 번이나 개봉이 밀리고, 전례 없는 '월요일' 개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개봉 첫날 53만 9623명의 관람, 흥행 수입 8억 277만 4200엔을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는 약 9년 전 개봉했던 전작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Q' 첫날과 비교해 123.8% 인데요,
전작이 '토요일' 개봉이었고 코로나 사태가 없었던 시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쉬는 월요일도 아닌 그냥 진짜 평일 월요일 개봉 + '긴급사태 선언'으로 극장이 저녁 8시엔 문을 닫는 이 시기,
첫날 흥행 수입이 8억을 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긴급사태 선언은 현재 1도 3현에서만 실행 중이어서 지자체에 따라선 저녁 8시 이후 관람이 가능한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역대 극장판 애니메이션 흥행 수입 중 기록을 세웠던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 기록을 이미 가볍게 뛰어넘었고,
이어서 '귀멸의 칼날'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 편은 현재 2787만 명 관람, 흥행 수입 384억 엔을 돌파 중입니다.
이것은 일본 국내 영화 총 흥행 수입 부동의 1위였던 지브리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도 뛰어넘은,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여기부터는 내용에 스포가 들어갑니다.
저는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전문가가 아니니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의견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역시, 이제껏 보였던 대로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품고 있는 내면의 그 독특한 세계관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금 놀란 것은, 마지막 이야기인 만큼, 사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끝'이 날 지에 대해 이야기해왔었습니다.
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들이 그러했듯, 종말 혹은 멸망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했는데
안노 감독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또 한 번 새로운 세상을,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야나미 레이가 사람과 자연과의 접촉을 하고 그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야나미는 언제나 세상과 한 발 떨어져 있었고, 속을 알 수 없는 화려하지만 깔끔한 세상의 상징으로 보여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우상이기도 했던 그가 통제가 가능했던 한정된 세계에서 빠져나와
예측을 불허하는 현실의 자연 생태계 속에서 사람들과 생활해가며 변해간다는 설정이라니.
신지 역시, 나한테 좀 자상하게 대해달라며 절규하고 세상을 끝내버릴 것처럼 하다가
이번엔 정반대로, 사람들의 상냥함에 구원받고 결국 그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그런 신지를 겐도는, 억누르고 제압하는 것이 아닌 대화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하려 합니다.
(자신이 이제껏 올바르다고 믿어왔던 인류 보완 계획이 사실은 틀린 것이었고,
초인류적인 힘으로만 가능하다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이미 인류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처럼 말이죠.)

이러한 변화를 두고 사람들은 두 가지 시각으로 논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이 과거 동일본 대지진 등과 같은 재해를 겪으면서도 굳건히 살아나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라는 시각.
또 하나는, 일명 '오타쿠' 문화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대한 사죄와 함께 다 같이 현실에서 살아가자는 메시지다, 라는 시각.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 동감하는 바입니다.
두 시각을 전제로 보면, 본 작품에서 그려지는 아야나미와 신지와 겐도의 변화된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또 한 번 안노 감독이 현실에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제껏 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파괴를, 멸망을 그려왔지만,

현실 세계의 파괴, 멸망, 종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 후에도 사람들은 살아왔습니다.
코로나도 그렇습니다.
엄청난 팬데믹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은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재해의 이전 삶을 기억하면서 말이죠.
신지와 아야나미가 살고 있는 그 세상 역시,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끝맺음의 방법은 결국 애니메이션의 세상도 현실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사실 안노 감독은 지금까지도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 낸 세계관은 상상 이상의 거대한 사회 현상을 만들어 버렸고,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화를 거부하고 닫힌 세상 속에서 인공적인 캐릭터와의 관계에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덕택에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등 여러 좋은 영향도 있었지만
그 뒤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도 아주 많습니다.
안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낳은 사회 현상의 끝맺음과 동시에 사죄를 하는 것 처럼도 느껴집니다.
그 언젠가 자신이 일으켰던 임팩트를 그 자신이 정리하고 죗값을 받는 겐도와 신지처럼 말입니다.

****앞으로의 전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현재의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이 작품에 관해 또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면 이어지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개봉 후, 관람을 마친 사람들의 의견은 압도적으로 호가 많은 상황입니다.

물론 불호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난해하다/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는 등의 불호로,
작품성에 대한 불호는 아닌 듯 보입니다.

에반게리온 극장판 시리즈는 복잡한 스토리는 제쳐두고라도
다른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는,
안노 감독만의 세계관과 그 표현력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한 번쯤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아직 본 적 없다고 하는 분들에게도 추천!! 드립니다.
(이제 완결이 났으니 마음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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