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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애니메이션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포 없이 제가 보고 느낀 견해만 적어보았습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재밌습니다. 여러 의미로 참..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먼저 이번 작품은 사전에 포스터와 간략한 줄거리, 티저 영상을 공개하여 흥미를 끌게 했던
지금까지의 홍보방식과는 다르게 아무런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포스터 한 장만을 이용해 홍보한 후 개봉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작품에 대한 기대/재미를 사전에 해치지 않은 채 봐주길 바라는 의도가 있다고, 제작자가 밝혔었죠.
그래서 보고 온 사람들 역시 최대한 스포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 홍보 방법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지브리 애니메이션과는 그 흐름과 표현이 상당히 다릅니다.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개요만 들어서는 그 스토리를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작품이라서 부분 부분의 장면을 보는 것으로는 그 역동성이 전달되지 않고요.
만약 티저를 내보냈다면 어설프게 상상해서 '아 이런 이야기겠구나' '별로 뭐 재밌을 것 같진 않은데? OTT 나오면 보지 뭐'라고 생각하고는
영화관에 보러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랬다면 너무너무 아까웠을 것 같습니다.
이걸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다니.
그렇기에 더욱더, 포스터만 한 장 내보낸 홍보 방법이 정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즈키 프로듀서는 정말 대단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걸 반대로 말하면, 스토리를 알고 보는 정도로는 전혀 스포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통은 전개되는 스토리를 알게 되면 흥미가 떨어지기에 스포가 되고 본연의 재미를 못 느끼게 되는데
이 작품만큼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전혀 스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스포가 스포가 아니게 됩니다.
여러 곳에서 이미 보고 온 사람들이 스토리를 다 말해줬다,
어떻게 흘러갈지 나는 다 알아서 보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하는 분들!
전혀 문제가 없으니 영상으로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보러 가시기 전에 주의점이 있습니다. 
앞서 이 작품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 (아마도) 제일 어둡고, 과격하며, 고어합니다.
초반부에 호러 영화와 같은 긴장감 뒤에 오는 깜짝 놀랄만한 연출이 많고, 이토 준지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도 지나갑니다.
조류의 묘사도 조금 징그럽습니다.
다행히도 이것들은 모두 다 후반부로 갈수록 줄어들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놀랄 수 있습니다. (전 처음으로 조류가 징그러울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금방 지나가긴 하지만, 초반부에 한 번, 중반부에 한 번 총 두 번 도 나옵니다. 

 

극 자체의 전개가 빨라서 그 흡입력도 굉장합니다.
그래서 저도 깜짝깜짝 놀라면서,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전개야.. 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봤는데요, 
처음 애니메이션이 시작하고 중반부 정도까지는
"지금까지 이런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없었다. 이것은 지브리인가 아닌가"
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후반부로 가면서,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말 그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전적으로 저의 견해인데,
제목이 설교체다 보니,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 설교를 하나? 싶은 분들도 많을 텐데
한 번도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느낌은 없었고,
정신없이 흘러가다 막판에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작품의 마지막에 이런 부분이 나오는데요,

지금까지는 이러이러했어. 이런 과거와 역사가 있었어. 하지만 너도 곧 잊어버릴 거야.
(여기서 주인공의 어떤 메타포가 등장하고) 아.. 그렇다면 쉽게 잊진 않겠다.
하지만 너도 결국 잊어버릴 텐데, 뭐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이 내용들이 저에게는, 

지금까지 나는 이렇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지켜왔다.
이제 이걸 보는 당신들-나의 아랫 세대인 자네들-에게 바통 터치를 할 때가 왔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역사가, 과거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그것을 만들어오고 지켜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역사와 과거를 토대로 유지를 해 나가야 하는데,
때때로 그 방법과 방식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을 때가 있죠.
이 작품은 그 부분에 질문을 던져줍니다.

그래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가 지켜온 것, 바톤 터치를 하려는 것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작품일 수도 있고,
창작이라는 틀 안의 모든 제작 활동일 수도 있고,
더 크게 보면 이 세상, 이 세계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질문을 받은 우리가 각각의 세상에서, 세계에서 바통을 전달받아
어떻게 이어갈지(살아갈지)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나온 주인공의 메타포가 바로 이 작품이며, 이 작품을 만듦으로써 그 마음을 남겨둔 것은 아니었을까요.

각자의 세상에서 항상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그렇다고 무조건 어떤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거나 과거를 잊는다고 해서 잘못하는 것은 아니니 부담은 갖지 말고,
어쨌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그 무언가를 앞으로도 어떻게든 잘 이어 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하야오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해할 필요도 없을지 모르죠.
제작자의 의도가 어떻든,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작품이 정말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제껏 보지 못한 하야오 감독의 질주라 생각하시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영화관에서 보시길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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