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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사람은 참 어려운 존재야. 영화, 影裏 에이리.

 

아는 척하지 마. 네가 보고 있는 건 아주 잠깐 빛이 닿은 부분일 뿐이야.
사람을 볼 땐 그 뒷모습,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봐.

 

사이타마의 본사에서 일하다가 발령을 받아 이와테현의 모리오카라는 작은 시골 마을로 온 콘노.
본체 조용한 성격의 콘노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 나가며,
집에서는 사이마타에서 가져온 쟈스민 화분을 키워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금연 구역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직원을 발견하고 주의를 주지만 그 직원은 듣는 척하면서도 담배를 끄지 않습니다.
그러다 다음 날 다시 또 우연히 마주치게 된 두 사람.
담배를 폈던 사람은 콘노에게 살갑게 다가오고 콘노는 내켜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받아 줍니다.

 

 

묵묵한 스타일의 콘노가 마음에 들었던지, 히아사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 콘노의 집에 술을 한 병들고 찾아옵니다.
언제나처럼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콘노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고 둘은 콘노의 집에서 아침까지 술을 마십니다.
이것을 계기로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고, 히아사의 취미인 낚시를 같이 하러 가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집니다.
사람에게 곁을 잘 주지 않을 것 같았던 콘노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곧 유일한 동네 친구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히아사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둡니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상대가 하루아침에 없어진 콘노 역시 영문을 모른 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콘노에게 평소에 히아사와 친하지 않았냐며, 뭔가 아는 것 없냐며 물어오는 회사 동료.

히아사는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요?
콘노는 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끝맺음이 시원한 영화도 아니고, 어떤 교훈을 주며 눈물을 나게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보고 나면 어떤 답답함과 그 언젠가 경험한 적 있는 듯 한 조금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 복잡한 감정은, 영화 속에서 무엇 하나 확실히 맺어지지 않는 애매함도 이유가 되고,
영화 속 콘노의 감정이 이해가 된다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그림자를 뜻하는 한자와 뒷 면을 뜻하는 한자로 이뤄진 영화 타이틀처럼
이 영화는 사람을 대할 때 보여지는 앞 면이 아닌 뒷 면, 숨겨진 면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보이는 면을 굳게 믿고 마음을 내어 주었던 콘노가 느끼는 여러 감정 표현을 세밀히 보여줍니다.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이 일상에서 사라진 후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
영화 속 콘노의 감정은 비슷하게나마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은 적이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누구나가 겪은 적 있을 법한 외로움을 감독은 일부러 애매하게 표현합니다.
근데 또, 애매하지만 잘 살펴보면 극중에는 여러 가지 상징과 전조가 있습니다.
왜 이 장면에서 이 씬이 나오지? 싶은 부분들을 유심히 살펴보시면 어디선가 연결고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감독처럼 일부러 애매하게 말해 봅니다.)

 

 

아야노 고, 마츠다 류헤이, 쿠니무라 준 등 이름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연기력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장면에 맞게 두 주인공의 눈빛이 변하기에, 각각의 장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정도입니다.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아야노 고의 표정은 압권입니다.
초반에는 아주 깊고, 뾰족하지만 고요해서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 정보없이 이 영화를 봤던 저는 혹시 범죄 서스펜스 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후반에 들어서는 어딘가 맥이 풀린 듯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그게 참 슬프더라고요.

어딘가 헐렁하지만 단단한 연기에 관해서는 거의 뭐 일인자가 아닐까 싶은 마츠다 류헤이 역시 눈빛으로 많은 것을 표현합니다.
자신이 사는 세상에 더 이상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어 보이면서도 낚시를 이야기할 때나 숲 속에서 강을 바라볼 땐 눈빛이 반짝반짝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극 중 어떤 중요한 장면에서 보여주는 눈빛 연기는 순간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애매하지만 상징적인 표현이 많은 영화인 만큼, 많은 추측을 하며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냥 모두 다 제쳐두고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셔서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
보면서도 느꼈지만 보고 나서도 저는 이 영화가 초반 시작할 때 보여주는 여름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보시면서 두 명배우의 연기에 빠져 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진 출처 모두: https://eiri-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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