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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애니메이션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 바다가 들린다 海がきこえる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모리사키 타쿠'는 방학이기도 하고, 동창회 소식도 있어
겸사겸사 고향 고치시(高知市)에 놀러 가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가는 고향 도시 생각에 들뜨는 기분도 잠시, 전철을 타려고 역에 도착한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합니다.
반대 측 플랫폼에 서 있던 여성이 아무래도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무토 리카코'인 것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사라지고,
타쿠는 고향 동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리카코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쿄에서 온 전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얼굴도 예쁘고 운동도 공부도 잘하는 만능 우등생이었죠.
친구 '마츠노'로부터 리카코를 소개받지만 반도 달랐을뿐더러,
소개해주는 마츠노의 표정이 누가봐도 리카코에게 마음이 있어 보였기에
타쿠는 리카코를 그저 내 친구가 좋아하는 여학생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3학년이 되고,
하와이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타쿠와 리카코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수학여행을 즐기며 친구들과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타쿠에게
갑자기 리카코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돈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가지고 온 돈을 잃어버렸다며 당당히 요구하는 리카코를 보며
타쿠는 제멋대로라고 느끼면서도 순순히 돈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어느날, 친구 '코하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기와 콘서트를 보러 가겠다고 했던 리카코가 갑자기 도쿄로 떠나려 한다며,
그럴 돈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타쿠에게서 빌린 돈이 있다며 막무가내인데,
돈을 빌려줄 정도면 친할 테니 네가 좀 말려보라고 그러죠.
타쿠는 그 길로 공항으로 향하고, 불안해하는 코하마를 먼저 집으로 보낸 뒤
리카코에게도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지만 그녀는 혼자서라도 가야만 한다고 떼를 씁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타쿠는 자신이 대신 같이 가주겠다고 제안하고,
그렇게 둘은 2박 3일의 도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도쿄에서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알아가게 되지만
그로 인해 또 크게 싸우게도 되는데...

타쿠는 왜 그녀와 함께 도쿄를 가자고 제안했을까요.
리카코는 왜 친하지도 않았던 타쿠에게 돈을 빌리고, 타쿠의 제안을 받아들였을까요.
그녀를 좋아하던 마츠노는, 그 후 그녀와 이어졌을까요?
그들은 동창회에서 만나게 되었을까요?
그보다 플랫폼에서 타쿠가 본 여성은, 리카코였을까요?


 

 

지브리 영화로 많이 기억하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사실 1993년에 TV스페셜로 제작되었던 작품입니다.
원작은 히무로 사에코의 동명 소설이고, 애니메이션 방영 후 95년에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소설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더 자세한 감정 묘사와 그 후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인공 리카코의 성격입니다.
아무리 질풍노도의 10대라고는 하지만 너무 제멋대로인지라 당시에도 지금도 보는 사람들마다 한 소리씩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잘 살펴보면 리카코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었던 이유로 인한 전학,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주변 환경, 학교에서 자신을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
좀처럼 마음 붙일 곳 없던 리카코에게 타쿠는 친해지고 싶은 친구였을 겁니다.
혹은, 마츠노처럼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지도 않고, 다른 친구들처럼 도쿄에서 왔다고 신기해하지도 않으니
먼저 다가가기에 부담감이 적었을지도 모릅니다.
학교의 부당한 조치에 목소리를 낼 줄도 알고, 막무가내로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덤덤히 빌려주는 모습에 끌렸을지도 모르고요.
도쿄를 같이 가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타쿠의 자상함으로 인한 우연이었는데,
덕분에 리카코는 도쿄에서 타쿠에게 생각보다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을 함께 하는 타쿠와 리카코를 보다 보면, 꼭 그 시절의 남학생, 여학생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리카코를 좋아하는 친구 마츠노,
리카코에게 조금씩 마음을 주게 되는 타쿠,
타쿠에게 끌리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리카코.

시대가 시대인지라 지금과 비교해서 조금씩 의아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누구나가 겪었을 법한 순간들, 감정들이 타쿠와 리카코, 그리고 마츠노를 통해 보입니다.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인 지 알 수 없어 어딘가 부족하고,
어리숙해서 아쉬움도 남지만 그래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 순간들.
보면서는 어딘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고 난 후 여운이 남아 괜스레 옛 추억을 더듬어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그림체, 색감, 패션이 애틋하고 따뜻합니다.
고치시와 도쿄의 풍경도 아름다워서 스토리를 떠나 화면만 보고 있어도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고교 시절을 회상하는 스토리 라인으로 되돌아보는 10대의 우리들,
노스탤지어적인 분위기 속으로 떠나볼 수 있는 작품, 바다가 들린다.
이번 주말, 늦은 오후에 보시기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사용된 사진 출처 모두 https://www.bunkamura.co.jp/cinema/lineup/24_umi.html

 

+ 2024년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도쿄 분카무라 극장에서 한정 상영을 한다고 합니다!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관련 링크:
https://www.bunkamura.co.jp/cinema/lineup/24_umi.html

 

海がきこえる | Bunkamura

※渋谷駅前 東映プラザ内に移転し営業しております。 Bunkamuraはオーチャードホールを除き長期休館中です。 ©1993 氷室冴子・Studio Ghibli・N 高知・夏・17歳 ぼくと里伽子のプロローグ。 作家

www.bunkamura.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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