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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본 문화생활/일본 영화이야기

[일본 영화] 백만엔과 고충녀 百万円と苦虫女 (백만엔걸 스즈코)

전문대를 졸업하고 뚜렷한 목표 없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스즈코.
어느 날 동료가 제안한 룸 셰어에 솔깃해서 독립을 준비하게 됩니다.

동료와 단 둘이 살 줄 알고 집까지 알아보았는데,
이사하기 직전이 되어서 동료가 자신은 '자신의 남자 친구'와 한 방을 쓸 거라고 합니다.
남자 친구가 이사 일정 때문에 제일 먼저 들어갈 예정이지만, 크게 걱정 말라는 소리에 스즈코는 순간 '?' 싶었지만,
그래 뭐 셋이서 산다면야 문제 없겠지, 하고 넘겨버립니다.
그런데 이삿날이 되었는데도 친구는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 본 '친구의 남자 친구'라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헤어졌기 때문에 친구는 오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당장 이사할 돈이 없으니 당분간 둘이서 같이 살 수밖에 없다며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너 같은 스타일은 관심 없으니 걱정 말라는 소리와 함께..)

혼자 남은 스즈코가 방 안에서 이 집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밖에서 끼잉 끼잉 소리가 납니다.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는데 아기 고양이가 버려져 있습니다.
스즈코는 일단 안으로 들인 후 우유를 사러 나갑니다.
허겁지겁 돌아와서 보니, 아기 고양이는 없어지고 '친구의 남자 친구'가 돌아와 있습니다.

'고양이 못 봤어?'
'봤어.'
'..? 어쨌어?'
'버렸어.'

바로 밖으로 나가 고양이를 찾아보지만, 이미 고양이는.. 찾을 수 없었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다음날 '친구의 남자 친구'가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짐을 깡그리 버려버립니다.
이 일로 고소를 당해 전과자가 되어버린 스즈코가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
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데 가족들과 말다툼이 번집니다.
모든 원인이 어쩐지 자신인 것 같은 스즈코는 식탁을 내려치며 소리칩니다.

"백만 엔 모이면, 집 나갈게요!"
더 이상 사람과 얽히는 것도 싫고, 가족도 싫고, 오래도록 살아온 고향 마을도 싫어진 스즈코.
이사를 가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 백만 엔을 모아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마을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택합니다.
첫 백만 엔이 모이자마자 집을 떠난 스즈코가 도착한 첫 종착지는, 어느 바닷가 마을.
새로운 아르바이트와 함께, 스즈코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됩니다.
스즈코는 새로운 일상 속에서 원하던 방식으로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출처:https://www.nikkatsu.com/movie/32277.html

 
영화는 새로운 곳에서 또 돈을 모으고 이사를 가고, 또 돈을 모아 이사를 가는 스즈코의 모습을 찬찬히 쫓아가는 한편,
스즈코 동생의 모습도 비쳐줍니다.
반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고 있는 타쿠야.
유일하게 큰 소리를 쳐도 받아주던 하나뿐인 누나가 돈을 모아 집을 나가버린 후 나타나는 변화는,
새로운 마을에서 고군분투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스즈코의 모습과도 겹쳐 보입니다.
 

출처:https://www.nikkatsu.com/movie/32277.html

타쿠야 에게.

그동안 편지 못 써서 미안해.
누나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누나는...
자신을 굉장히 강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게 아니었나봐.
가족이든, 연인이든,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진심을 말하지 않고 있는 거라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조용히, 적당히 맞춰주면서 그렇게 있다보면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 관계가 되어 버리는 건 불행한 일이야.

사람은 만나면 언젠간 이별하니까.
그 이별이 두려워서 누나는 무리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만남을 위한 이별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어.
좋아하는 사람이랑 헤어지는 것 쯤, 하나도 슬픈 일이 아니라고,
눈물 흘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누나가 이런 말 해도 설득력없겠지만, 타쿠야는 잘못하지 않았어.
정말 잘 했어.
누나는 많은 사람들은 피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번에야말로 다음 마을에서는 혼자서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당당히 살아가보려고 해.
타쿠야 한테서 용기를 얻었어. 고마워.


스즈코.

 

백만엔과 고충녀 공식 포스터. 출처:https://www.nikkatsu.com/movie/32277.html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 그래서 혼자가 되고 싶으신 분들.
혼자가 되면, 사람을 세상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잔잔히 흘러가기 때문에 휴식 겸 한쪽으로 뭔가 틀어두고 싶을 때도 좋고,
무엇보다도, 아오이 유우가 정말 예쁘게 나옵니다.
정말 정말 정말 예뻐서 그냥 아오이 유우만 보고 있어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니 아오이 유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마약 논란으로 체포된 피에르 타키 출연이 있습니다. 마약/범죄와 관련된 배우의 출연작을 보지 않으시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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