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날,
일본 도쿄의 하치오오지시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잔혹한 부부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무더운 날씨에 모든 문들이 닫혀 있어 사우나처럼 푹푹 찌는 살해 현장,
[怒] 분노를 나타내는 한자가 피로 남겨져 있다.
그 후, 범인은 살해 후 얼굴을 성형한 채로 전국적인 도망을 시작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그 행방이 묘연해진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일 년 후.
치바. 도쿄. 오키나와에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
타시로가 나타난 곳은 치바의 작은 항구.
어느 순간 나타나 일을 하기 시작한 타시로를 모두가 조금씩 경계하지만, 우연히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 갔다가 타시로를 만난 아이코만은 관심을 가진다.
나오토가 나타난 곳은 도쿄의 어느 클럽.
대기업에서 일하는 유마는 여느 때처럼 스트레스를 풀러 클럽에 가고, 그곳에서 나오토를 만나게 된다.
함께 하룻밤을 지내면서 이제껏 만나왔던 상대와는 어딘가 조금 다른 나오토의 모습에 끌리게 된 유마는 동거를 제안하고,
그렇게 한 공간에서 둘의 생활이 시작된다.
타나카가 나타난 곳은 오키나와 근처의 무인도.
오키나와에 사는 이즈미는 어느날 친구 타츠야와 함께 배를 타고 무인도에 놀러 간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곳에서 여행을 온 듯한 타나카를 만나게 된 이즈미는 금세 친해지고,
그 인연으로 타나카는 숙소를 운영하는 타츠야의 집에 묵으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범인을 쫓던 경찰은 새로운 지명 수배 포스터를 공개한다.
그 얼굴은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와 닮아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딘가 수상한 세 남자의 모습들이 목격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교제를 시작하게 되고 동거까지 시작한 아이코와 타시로.
그 둘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아이코의 아버지 요헤이는, 이 마을에 오기 전까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모를 타시로를 신용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예전에 일했다고 하는 곳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타시로라는 이름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동거를 시작하고 점점 관계는 깊어져만 가는 유마와 나오토.
도통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에 대해 원래 그런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아무 의심도 없던 유마.
어느 날 우연히 모르는 여성과 테이블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나오토를 발견한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만 답하지 않는 나오토와 작은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 후 나오토는 유마의 집을 떠나버리고, 혼자 남은 유마에게 경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게 된다.
타츠야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일을 하며 생활하던 타나카.
성실하게 일을 잘하는 듯 보였는데, 조금씩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손님들의 가방을 마구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수사망을 좁혀오는 경찰.
공개 수배 프로그램이 전국에 방송되면서 점점 더 의심이 짙어지는 세 남자의 주변 사람들.
이 세 명의 남자 중에 범인은 있는 것일까.
있다면, 누구일까.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은.. 살인자일까? 그래도, 당신을 믿고 싶어. 믿을 수 있을까?...
영화는, 옴니버스 식으로 등장인물을 둘러싼 일상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할 정도로,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에게 마음을 여는 주변 인물들.
궁금함은 호감이 되고 호감이 믿음으로 변하려는 찰나 일어나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일들을 통해 조금씩 흔들리는 주변 인물들.
그들이 겪는 감정의 갈등은 고스란히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일어난 현실에 분노하고 그 분노는 '누가' 이 현실을 만들었는가, 라는 의문이 되어 이름 없는 누군가를 의심하게 되고,
그렇게 쉽게 남을 의심하는 나 자신에게 분노하고, 의심하게 만든 그 누군가에게 또다시 분노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함과 대상 없는 분노가 끊임없이 이어져 갑니다.
하지만 어두운 부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디서 온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을 열게 된 상대에게 느끼는 호감, 나아가 사랑의 감정들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당신을 믿지만, 사랑하지만, 의심이 돼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그 표정들, 대사들.
장르로만 따지자면 범죄 스릴러로 보이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하기보다는
'사람은 사람을 왜 의심하고 또 믿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이상일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 끌어안은 분노.
쾌와 불쾌로 따지자면 불쾌에 가까운 감정. 하지만 결국 삶에서 직시해야 하는 부분.
(밑줄 부분 인용: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96644#none )
동명의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1, 일본을 대표하는 특급 스타가 나오고
2, 원작이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이고
3, 이상일 감독이 맡았다
는 점에서 굉장한 화제가 되었고,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수상 이력도 화려합니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스토리와 연출 또한 굉장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는 영화지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고, 중간중간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셨다가는 뒤통수가 얼얼하실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심, 인간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으신 분들,
영화가 끝난 후, 일주일 정도 여운이 남아도 괜찮다! 보는 동안 마음이 좀 불편해도 괜찮다! 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사진 출처: 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96644#116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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